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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과 이념 대립

오세훈 서울시장이 '전면 무상급식 시행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주장했다. 시의회가 통과시킨 조례까지 거부하면서 똥고집을 부리고 있는 오세훈 시장의 행태에 수긍할 만한 구석은 눈꼽 만큼도 없다.
그런데 무상급식에 대한 오세훈 시장의 병적인 거부반응이 반갑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이념 대립의 시대가 열리는 것 같기 때문이다. 오세훈 시장의 줄기찬 무상급식 발목잡기는 한국 정치가 드디어 질적 발전을 시작했다는 신호탄이지 않을까.
지금까지 소위 '이념 대립'이란 건 색깔론 따위처럼 이념을 껍데기로 한 치졸한 정치 공세에 불과했다. 한국전쟁 이후 인민의 삶을 내용으로 정치세력 간 이념적 대립이나 갈등을 벌인 적이 있었나? 진보세력의 이념적 주장에 대해 보수세력은 '비현실적'이라고 매도하거나 '빨갱이'라고 색칠하면 그만이었다. 물론 대부분 그냥 개무시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기도 했다.
이념 대립 없는 정치는 인민의 삶과 무관하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정치에서 가장 절망적인 상황은 이념 대립이 아니라 모순과 갈등을 은폐하는 '통합'이 먹힐 때다. 인민의 삶이 괴로운 이유는 '국론분열' 때문이 아니다. 인민의 이념은 흡수당하고 국가와 자본의 이념에 '통합'당했기 때문이다.
이제 보수세력이 진보세력의 이념에 적극적으로 '반대'하기 시작했다. 민주당 같은 보수정당조차 한나라당을 이기기 위해 '무상의료'를 입에 담는다.
이념 대립하고 편가르기 확실하게 하자. 그게 정치 발전이고 그래야 인민의 삶이 나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