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과 술상
diary

밥상과 술상

S형은 오늘 취재활동 끝나고 만나서 같이 점심 먹고 사진 찍고 놀자고 했다. 그러나 갑작스런 일정 변경으로 오후에 집으로 놀러오라고 했다. 공기 더러운 날 밖에 돌아다니는 것도 좀 그렇고. 내가 거실에서 혼자 노는 동안 형은 주방에서 부지런히 뭔가를 했다. 그리고 밥상을 차렸다. 손수 만든 음식으로 차린 밥상 만큼 정감어린 것도 없다. 나는 엄마가 차린 밥상도, 아빠가 차린 밥상도, 형이 차린 밥상도, 연인이 차린 밥상도 다 받아보았으나, 간혹 밥상은 뭉클하게 하는 뭔가 있다. 그리고 누군가를 위해 밥상을 차리는 일은 기쁘고 즐겁다. 우리는 이것을 일상의 행복이라고 한다. 어느 순간에는 지긋지긋한 가사노동이 되는 때도 있겠지만. 어쨌든 밥상 차리는 일이 즐겁지 않을 때, 그 땐 정말 자신의 삶을 돌아봐야 한다. 주변을 둘러봐야 한다. 최소한 밥상 차리는 일이 즐거워질 때까지 휴식이 필요하다.

S형은 극구 만류하였으나, 예의 바른 나는 설거지를 했고. 형은 술상을 차렸다. 밥상 받고 술상도 받고. 오늘은 호강하는 날. 앱솔루트 애플과 자몽의 만남. 형은 자신있게 '마셔봐' 했고. 나는 오늘도 엄지척. 향 좋고, 맛은 더 좋고. 브리치즈와 과일의 만남도 엄지척. 나중에 홈파티할 때 써먹어야겠다. 밥상이든 술상이든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 준비하는 일은 즐겁다. 사실 밥상이나 술상을 받는 것보다 누군가를 위해 차리는 일이 더 행복한 일이다. 그러니까 나는 오늘 S형의 작은 행복에 이바지를 한 것이라고. 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