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
opinion

노동절

2001년 4월 말경 나는 어느 비정규직 노조 파업현장을 누비고 다녔다. 캐리어사내하청 노조는 '전국 제조업사업장 최초'의 비정규직 노조 파업을 했다. 대학생 신분으로 인터넷한겨레 사이버기자단 하니리포터와 시민의 소리 시민기자 활동을 하던 나는 무작정 파업현장을 찾아가서 인터뷰하고 취재해서 기사를 송고했다. 노조 설립을 이유로 집행부 전원을 부당해고한 사측에 항의하고, 정규직 노동자와의 임금 및 처우 차별 개선을 요구하는 파업이었다. 그 시절 나에게 5월 1일은 무조건 '노동절'이어야 했고, '근로자의날'은 국가와 자본의 언어라며 혐오했다. 그랬던 나는 이제 어느 사업장의 '근로자'가 되어, 손수 '근로자의날'이라고 인쇄된 휴무 안내문을 만들어 게시한다.

그리고 내가 보수정당이라고 생각하는 민주당의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노동절 기념 메시지에서 "노동의 가치와 존엄성보다 더 큰 성장은 없다"고 말한다. 비록 무산되기는 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은 '근로'를 '노동'으로 대체했다. 언어가 세상을 바꾸지는 않지만, 언어도 세상을 바꾸는 데 영향을 끼친다. 다시 대선으로 돌아가더라도 나는 진보정당의 후보에게 투표하겠지만, 문재인은 꽤 좋은 대통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