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청
diary

경청

ACC 인문강좌. 정재찬 교수 <그대를 듣는다>

7시 시작은 직장인에게는 좀 버겁다. 교통체증을 감안하면 6시 칼퇴근을 해도 이동시간은 촉박하고, 끼니는 엄두도 못내기 십상이다. 더군다나 예매한 사람도 6시40분까지 현장접수를 해야 좌석표를 받을 수 있다니. 여하간 무사히 시간 안에 도착해서 자리를 배정받고 앉았다. '톡투유'에서 익히 본 얼굴, 익히 들은 목소리. 익히 웃긴 유머. 2시간이 지루하지 않았다. 어진간한 영화보다는 재미있었다.

침묵까지 경청할 것. 오늘 강좌에서 내가 기억하고 싶은 것. 입 보다 귀를 열기 위해 내가 가지고 싶은 삶의 자세. 귀를 열면 마음도 열리는 것일까, 마음이 열려야 귀가 열리는 것일까. 설마 동시에 일어나는 일일까? 아직은 모른다. 경청은 공감과 지지를 위한 것이지, 문제의 해결을 위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 내가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강박은 오히려 관계를 어긋나게 하는 고질적 실수이다. 차라리 입을 닫고 귀만 여는 게 현명한 짓이다.

서른을 넘기면서 나에게 말이 통하냐 안통하냐가 무척 중요했다. 이것은 자만이었음을 깨닫는 중이다. 말이 통하냐 안통하냐의 기준은 어디까지나 나였다. 어쩌면 내말에 동의하냐 안하냐와 일맥상통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제대로 경청하고 있느냐, 이것부터 성찰했어야 한다. 제대로 경청하지 않고 무슨 말이 통하길 바라겠는가.

-정재찬 교수의 책 <그대를 듣는다> 중-

"시에서 이야기만 추려 읽는 것은 충분한 일이 못된다. 우리는 시인의 목소리를 읽고, 침묵마저 읽어야 한다. 말한 것과 말한 것 사이, 말한 것과 말하지 않는 것 사이, 말로 하지 못한 것까지, 아니 시인 자신도 모르는 것까지, 보이지 않는 암흑까지 경청하며 읽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