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변이지만 괜찮아
diary

불변이지만 괜찮아

참 오래된 사진이지...

2006년 이 사진 보면서.. 펑펑울고 ...

다음날 사직서 냈었다.

"나 헛살고 있구나... 너무 내 앞만 보고 사느라.

쌓인 눈도 다른 사람 발자국도 그림자도 못보고..."

정말 가슴 찟어 후회하고 각오하고 다짐했는데.....

2009년

이젠 챙피하다.. 아 미련하고 답답한 머리와 가슴...

잊고 또 앞만 보고 달렸으니...

존재 자체로도 너무나 고마운 사람들...

경쾌히 눈밟는 저 발 주인들.. 저 발들 쫓아 사진에 담은 사람까지..

어느 겨울날 대학원 동기들과 술한잔 하고 찍은 사진들을 카페에 올렸다. 모임에 거의 얼굴을 보이지 않았던 동기가 나타나서, 이런 말을 했다. 카페에서 저 사진을 보고 울컥 했었다고. 그 후 그 녀석은 동기들 모임에 꼭 참석하려고 했고, 종종 어울렸다. 그러고 몇년 후 그 동기는 위의 글을 카페에 올렸고, 나는 아래의 댓글을 남겼다.

착각이다. 착각! 경쾌하게 눈을 밟은 것이 아니라 안 미끄러지려고 조심조심, 그러나 막차를 놓치지 않기 위해 서둘러 발길을 옮기고 있었을 뿐. 네가 직업에서 너의 젊음을 소모하고 있었듯이, 저들은 늦은 밤 거리에서 젊음을 소모하고 있었을 뿐. 얻은 것도 있고 잃은 것도 있는 그런 것일 뿐. 그러다가 어느 날 각자 정신 차리고 제 갈길 가는 것일 뿐. 고마울 일도 없고, 미안할 일도 없는. 있는 그대로.

나는 위로 하려고 했으나, 위로가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세월이 흘렀고, 그 녀석은 다시 그러한 생활로 돌아갔다. 나는 결국 모든 것은 불변이라고 믿는 편이다. 이런 저런 과정과 결단과 선택과 실행이 세월을 구성할테지만, 그리하여 작고 필요한 변화들은 분명히 있을 것이지만, 남는 것은 불변이다. 그렇다고 모든 게 무의미하다는 허무로 귀결하진 않는다. 나는 인생에 결과라는 게 있나, 의문을 품고 있으므로. 결국 인생은 과정이 연속되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하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