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통일문제 단상

지난 2일 개강한 대학원 수업 중에 <한반도통일문제연구>라는 과목이 있다.
오늘 발제 부분을 미리 읽으면서 질문거리를 공책에 적어 놓았다.
그런데 발제가 끝나고 토론시간을 갖지 못했다. 교수님이 외장하드에 담아 온 동영상을 보고, 보는 틈틈히 강의로 남은 시간을 다 보내고 말았다.
'통일문제'에 대하여 학문적 탐구를 해본 적이 없어서, 거의 문외한이다.
단상을 메모한 것이라고 생각해주시라.

분단 이후 한국이든, 북조선이든 통일에 대하여 진정성을 가지고 통일정책을 추진한 집권세력이 있었나?
결과적으로 양측의 역대 집권세력들은 겉으로 '조국의 통일'을 부르짖으면서 분단상황을 자신들의 권력 유지나 연장을 위해 활용해왔다고 생각한다.
1972년 7.4남북공동성명은 그 자체로 매우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자주와 평화, 민족대단결이라는 통일원칙을 천명한 것은 가치의 측면에서 훌륭한 것이다.
하지만 그 이후 남과 북의 집권세력은 어떤 길을 걸었나?
한국의 박정희는 유신체제를 수립했고, 북조선의 김일성은 유일체제를 강화하지 않았나.
통일문제를 자신들의 체제강화를 위해 활용하는 것은 그 이후의 집권세력들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통일의 사전단계 내지는 전제 조건은 각 체제의 변혁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한국의 체제는 더욱 민주적으로. 정치적 민주주의는 물론이고, 경제사회적 민주주의도 확장되어야. 이를테면 신자유주의적 체제를 극복하는 것.
북조선의 경우에는 개인숭배와 비민주주의체제가 민주주의 체제로 변혁되어야. 누가 변혁의 주체? 북조선의 인민? 어려운 문제.
양 체제의 변혁 과정은 그 자체로 동질성 회복의 과정이 되어야. 그런데 회복해야 할 동질성은 무엇일까? 민족적 동질성? 글쎄. 인민의 계급적 이해에 대한 동질성?
그리고 그 과정은 양 체제의 고착화가 아니라, 제3의 '이상사회'를 지향하고 건설하는 것.

북조선의 고려민주연방제, 1민족 1국가 2체제 2정부는 실현 가능한가? 본질적으로 현격한 차이를 갖고 있는 자본주의 체제와 사회주의 체제(그것이 정말 사회주의인지는 논외로 하더라도.)가 공존할 수 있는가? 가능성 없는 주장이라고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