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그늘

    여름을 보내며

    겁나게 무더웠던 지난 여름을 돌이켜보니 드는 생각. 에어컨의 편의성을 누리며 여름을 버티긴 했지만, 에어컨에 감사하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다. 반면에, 구워 삶을 듯 내리쬐는 태양열을 가려주는 나무 그늘에, 땀에 흠뻑 젖은 내 몸에 불어오는 숲의 바람에 감사하고 고맙다는 생각은 종종 했던 것 같다. 습기와 더위를 순식간에 날려주는 에어컨 바람에 마냥 기분 좋았던 적은 없는 것 같다. 나무 그늘에 앉아 있어도 여전히 무덥고, 숲 속에서 바람이 불어도 온몸의 끈적거림은 떨어지지 않지만 기분 만큼은 좋았다. 입을 틀어막아도 '아, 좋다'는 말이 튀어나올 정도로. 조건 없이, 상대를 가리지 않고, 아낌없이 주는 것들로부터 느낄 수 있는 행복감. 그런 것이지 않을까. 집에 오는 길 선선한 밤바람에 감사하며 오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