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집배원

    안도현의 시배달 - 박형준의 '저곳'

    저곳 / 박형준 공중(空中)이란 말 참 좋지요 중심이 비어서 새들이 꽉 찬 저곳 그대와 그 안에서 방을 들이고 아이를 낳고 냄새를 피웠으면 공중(空中)이라는 말 뼛속이 비어서 하늘 끝가지 날아가는 새떼 시·낭송 / 박형준 출전 / 박형준 시집 『물속까지 잎사귀가 피어 있다』, 창작과비평사(2002) "박형준의 『저곳』을 배달하며" '공중(空中)'이란 말, 한자의 형상을 오래 들여다보시기 바랍니다. 비어 있는 중심입니다. 비어 있으면서 꽉 차 있습니다. '그대'하고는 아직 지지며 볶는 사랑을 나누지 못했습니다. 여전히 간절한 그리움의 대상입니다. '그대'와 화자 사이는 아직 '공(空)'일 따름입니다. 그러하기에 채워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아이를 낳고, 냄새를 피우는 것은 욕망과 관련되는 일이지만 그 장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