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한수제 찍고 광주극장

    4월 5일. 오랜만에 평일에 당퇴하는 기념으로 벚꽃나들이를 계획했으나, 비가 내림. 그래도 계획한 건 실행해야지 하고 나섰다. 평일이고 비까지 내리니 인파 걱정은 안해도 되니까. 나주시 한수제는 처음 가봤다. 예상대로 꽃잎은 거의 떨어졌고, 비에 젖은 꽃잎들이 길바닥에 착 달라붙어있다. 이 또한 운치가 있어 좋다. 나주까지 온김에 곰탕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광주극장에 가서 '소공녀'를 보았다. 전날 당직근무 탓인가, 영화 중반부터 수시로 졸았다.

    벚꽃나무

    4월 2일. 내가 가장 좋아하는 벚꽃나무. 전남대학교 농대3호관 앞이다. 내가 다니던 시절부터 캠퍼스는 끊임없이 변했다. 99년 복학했을 때 캠퍼스 도로에는 여기저기 횡단보도가 만들어졌고 지금은 캠퍼스인지 그냥 일반도로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정돈(!)되었다. 덕분에 캠퍼스는 여유와 자유가 있는 산책보다는 자동차에 주의하면서 보행하는 곳이 되었다. 헌 건물은 허물어지고, 연인들의 속삭임과 선후배의 대화가 가득했던 언덕과 작은 숲은 새 건물에 자리를 내준다. 그나마 아직 남아 있는 곳 중 하나가 바로 이 벚꽃나무. 벚꽃나무 아래에서 돗자리 깔고 앉아 흩날리는 벚꽃잎이 막걸리 잔에 떨어지는 풍류를 상상하게 만든다. 카메라는 챙겼으나, 삼각대는 차 트렁크에. 하나 있던 가로등마저 고장난건지 뽑혀서 누워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