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

    분열

    삶이 비루하다는 것과 경제적으로 빈곤하다는 것은 결코 같은 말은 아니다. 하지만 경제적 빈곤이 삶을 비루하게 만들 가능성을 완전히 부인할 수는 없다. 어쨌거나, 참기 힘든 삶의 비루함이라는 건 대체로 이런 거다. 마음과 생활이 어긋나는 것, 가치관과 삶의 민망한 괴리. 신념과 실존의 분리. 끊임없는 분열들이 쌓아올린 것이 삶의 진짜 모습은 아닐까. 도서관에서 책을 들여다보고 알아야 할(시험에 필요한?) 개념들을 정리하다보면 나름 성취감도 있고, 잡념도 잊는다. 하지만 책을 벗어나는 순간, 삶의 비루함이 심장 속으로 스멀스멀 기어들어온다. 앉으나 서나,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나는 늘 분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