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때문에

    점심 때까지만 해도 날씨가 참 좋았다. 일하기에는 더 없이 불리한 날씨. 왜냐고? 마음을 동하게 해서 떠나게 만드니까! 그랬던 날씨가 오후에 흐려지기 시작하더니 저녁밥 먹으러 갈 때에는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졌다. 대학원실로 돌아와서 노트북 부여잡고 일하는데, 밖에서 우두두 소리가 났다.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는가 싶더니 세찬 바람과 함께 본격적으로 쏟아붓기 시작한다. 자전거를 대학원실에 두고 가야한다. 하룻밤 작별이지만, 안타까움의 깊이는 잴 길이 없다. 비 때문일까. 소주 한 병과 새우깡 한 봉지가 절절히 그리운 밤이다. 아니면, 그걸 빌미로 어떤 사람이 그리운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