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

    희극

    슬프니까 우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다. 어쩌면 배고프니까 밥을 먹는 일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슬픔을 슬퍼하되 슬픔을 희극의 자원으로 삼는 일은 목적의식이 필요하다. 인생은 주로 비극이고 희극은 비극 없이 만들어질 수 없다. 채플린이 위대한 건 비극적 현실을 희극으로 표현할 줄 알았기 때문이다. 비관을 배제한 낙관은 얼마나 유약한가! 절망을 겪지 않은 희망은 얼마나 허무한가! 슬픔을 품지 않은 기쁨은 얼마나 빨리 소멸하는가! 단 한번의 희극을 위해 수도 없는 비극을 담대하게 맞이하는 것. 뒤돌아본 삶이 그러하고 앞으로 닥칠 삶도 그러할 것이라는 점. 서른네살의 막바지 날들에 흥분이 없다는 사실이 아쉬우면서도 다행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