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은 새로움의 생명

    상념

    소멸은 그 자체로 안타까움을 자아내지만, 소멸이 없으면 새로움도 없다. 새로움이 주는 호감과 긍정성은 다른 무언가의 소멸에 기반한다. 차디찬 겨울 바닥을 나뒹구는 낙엽이 없다면, 봄날의 파릇한 새싹도 여름날의 울창한 숲도 우리에게 기쁨을 주지 못하리라.무언가를 버린다는 것은 단순한 제거가 아니라, 다른 것을 채우기 위해 선행되는 생산적인 일이다. 버리지 않고 채운다는 것을 과욕이라 하고, 소멸 없이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을 무의미라고 명명할 수 있지 않을까. 나의 언어는 낙엽에 닿을 수 없으나, 낙엽의 언어는 나에게 닿아 상념을 낳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