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한잔

    2007년 8월 27일 시인 정호승은 이런 시를 썼다.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시인은 '빈 호주머니 털털 털어 몇 번이나' 인생에게 술을 사주었으나, 인생은 시인을 위해 단 한번도 술을 사주지 않았다. 왕년에는 그랬다. 술 한잔이 달콤했고, 오가는 술잔에 정을 담았으며, 거나한 취기에 감히(?) 혁명을 입에 올리기도 했다. 술은 로맨티스트를 낳았고, 혁명가를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술은 한낱 술에 불과하다는 사실. 술은 전혀 로맨틱 한 것이 아니고, 더군다나 혁명의 도구도 아니었다. 아! 술은 단 한번도 나의 마음을 달래준 적이 없다. 오히려 음주의 뒤끝은 늘 민망하고 미안하며, 허무하다. 이 짓을 얼마나 더 거듭하면, 취기에 흔들리지 않는 평상심을 유지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