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콘

    약자에겐 죄가 없다.

    지리한 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시작했다. 도시의 아스팔트와 시멘트는 뜨겁게 달아오르고 복사열을 확확 내뿜는다. 숨 막힌다. 한낮에는 거리에 사람들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무더위에 인상을 잔뜩 지푸리며 걸어다니는 사람들. 차 없는 사람들이다. 에어컨 있는 시원한 실내가 아니라, 에어컨은 없어도 뙤약볕 가려줄 지붕이 있고, 선풍기라도 돌릴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 그늘을 찾아 시멘트 덩어리 위에서 밥벌이를 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지구 온난화. 더위에 허덕이는 사람들이 아니라, 인공적인 냉방에 시원함을 만끽하는 사람들의 책임이 더 클지도 모른다. 세상을 오염시키는 것은, 세상을 어렵고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니라 세상을 편리하고 안락하게 살아가는(또는 지배하는!)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다. 내가 기를 쓰고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