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하

    노래방

    간만에 노래방에 갔다. 내가 김현식의 '사랑했어요'로 선빵을 날렸는데, A형이 역시 김현식의 '어둠 그 별빛'으로 맞불을 놓는다. 이에 질세라 다시 '사랑 사랑 사랑'으로 맞대응을 했는데, A형도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추억 만들기'를 선곡한다. 이게 무슨 김현식 노래 배틀도 아니고. ㅋ 이렇게 김현식 노래를 6곡 쯤 불렀나. 2시간 동안 고래고래 악을 질렀더니 목이 아프다. 피날레는 '청계천 8가'로 장식. 노래방에 가면 항상 곡명이 떠오르지 않아 선곡에 애를 먹는다. 노래책은 왜 곡명으로만 정렬되어 있나. 가수별로 정렬해 놓으면 원하는 곡 찾기가 훨씬 수월할텐데 말이지. 좋은 노래방에서는 리모콘으로 가수별 검색이 가능하다던데. 쩝. 주변에 음악 좀 아는 사람이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다. 소주 마시면..

    11월

    오늘 11월 13일. 나에게는 특별한 '11월 13일'의 기억이 있다. 1996년 11월 13일. 먼저 영원한 노동자의 벗 전태일의 기일이었다. 또 199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있는 날이었다. 이 날 입시한파 때문에 꽤나 추웠다. 그리고 내가 1심 선고공판을 받는 날이기도 했다. 전태일의 기일에 선고를 받는다는 묘한 기분으로,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벌벌 떨며 호송버스에 올랐다. 법정에서 재판장은 판결이유를 설명하고 징역형을 선고하였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재판장의 입에서는 '그 집행을 *년간 유예한다'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잠시 멍 때렸다. 당연히 집에 가는 줄 알았고, 변호사도 그랬고, 같은 감방 아저씨들도 '원종이 좋겠네. 집에 가고' 그랬는데. 아침에 감방을 나오면서 아저씨들이 시키는대로 내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