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승

    연탄재

    너에게 묻는다 / 안도현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2008년 2월 9일 자전거 타고 혼자 쏘다니다가 어느 들판에서 찍었다. 연탄재를 저렇게 짓뭉개버린 것을 보니, 그 사람은 여러 사람에게 수없이 뜨거운 사람이었나 보다. 이런 쓸데없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에게 단 한번도 뜨거워 본 적이 없는 사람이나 많은 사람에게 한결같이 뜨거운 사람이나 외로운 것은 마찬가지라는 사실. 어차피 외로운 사람. 정호승의 말처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연탄처럼 한번이라도 누군가에게 온기를 전해줄 수 있다면, 행복할까? 자신의 몸을 태운 연탄은 재가 되어서 외로운 것이 아니다. 잊혀지기 때문에 외로운 것이다.

    2007년 8월 27일 시인 정호승은 이런 시를 썼다.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시인은 '빈 호주머니 털털 털어 몇 번이나' 인생에게 술을 사주었으나, 인생은 시인을 위해 단 한번도 술을 사주지 않았다. 왕년에는 그랬다. 술 한잔이 달콤했고, 오가는 술잔에 정을 담았으며, 거나한 취기에 감히(?) 혁명을 입에 올리기도 했다. 술은 로맨티스트를 낳았고, 혁명가를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술은 한낱 술에 불과하다는 사실. 술은 전혀 로맨틱 한 것이 아니고, 더군다나 혁명의 도구도 아니었다. 아! 술은 단 한번도 나의 마음을 달래준 적이 없다. 오히려 음주의 뒤끝은 늘 민망하고 미안하며, 허무하다. 이 짓을 얼마나 더 거듭하면, 취기에 흔들리지 않는 평상심을 유지할 수 있을까.

    술 한잔

    술 한잔 / 정호승 시, 김현성 작곡, 노래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겨울밤 막다른 골목 끝 포장마차에서 빈 호주머니를 털털 털어 나는 몇번이나 인생에게 술을 사주었으나 인생은 나를 위해 단 한번도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눈이 내리는 날에도 돌연꽃 소리없이 피었다 지는 날에도 ―정호승 시집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