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소주

    1. '소주가 맛있다'는 말을 나는 안 믿는다. 한잔 마시고선 뜨끈한 국물 한숟갈 떠먹거나 하다못해 '크~윽' 소리라도 내지 않으면, 참기 힘들 정도로 독한 소주가 맛있다는 건 말이 안된다. 게다가 소주에 무슨 향이 있나. 아, 레몬소주 같은 게 있긴 하다만. 하지만 소주를 참말로 맛있게 마시는 형이 있었다. 대학 졸업 후엔 만난 적도 없고, 지금은 뭘 하고 사는지도 알 수 없지만, 소주를 맛있게 마시는 사람이었다. 그 형은 소주잔을 한번에 확 털어넣는 법이 없었다. 물을 마시듯 여유롭게 소주잔을 기울였다. 그러고 마지막 한방울까지 남김없이 빨아 마셨다. 난 그 형이 소주를 마시는 걸 보면서 '빨아 마신다'는 생각을 했다. 실제로 잔 바닥이 보일 정도로 기울어졌을 때 그 형의 입에서는 '쭈~욱' 소리가 ..

    읽을 책 2

    작가 조정래. , , 한국 근현대사 공부는 32권의 소설을 읽는 것으로 시작한다는 게 나의 믿음이다. 은 대학시절 띄엄띄엄 읽었고, 은 좀 사연이 있다. 감옥에 있을 때 이 읽고 싶어서, 같은 방에 있던 아저씨들을 꼬드겼다. 내가 있던 방은 '경제방'이라고 경제사범들이 수감된 방이었다. 돈 좀 만져본 사람들이다. 먹을 것도 넘쳐나서, 큰 바구니에 과자며, 달걀이며, 과일이며, 빵이며 하는 것들을 모아서 소년수 방에 넣어주기도 하였으니까. 뭐 돈 걱정은 안 하는 방이었다. 아저씨들을 살살 구슬려서 한명씩 돌아가며 1권씩 구입하게 하고 돌려 읽었다. 10권까지 다 읽고 11권을 구입하게 해야 할 차례였다. 그런데 항소심 때문에 나는 안양교도소로 이송되었고, 11권과 12권을 읽지 못하고 말았다. 결국 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