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

    턴테이블 1

    # 1어렸을 적 우리 집에는 전축이 있었다. 태광 에로이카. 유치원 다닐 때부터 있었던 것 같은데, 내 가슴 높이 만큼 큰 스피커가 있었다. 음악감상을 취미로 하는 그런 집안 분위기는 아니었고, 트로트나 경음악 테잎이나 라디오가 켜져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빠는 늙으면서 자꾸 잘 나갔던 왕년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 때마다 빠지지 않는 이야기가 이 전축이었다. 주변 사람들 중에 최초로 전축을 샀었다 뭐 이런 이야기다. 아빠 말에 따르면 왕년에 '최초로' 산 것들이 많다. 카메라도 최초로 사고, 전축도 최초로 사고. 물론 믿거나 말거나.턴테이블도 있었는데, 태광 에로이카 CM송 같은 게 담겨 있는 LP판이 있었다. 아마도 전축 살 때 끼어있었을 것 같다. 아빠로부터 턴테이블을 돌리는 법을 배우고, 나..

    LP

    LP 한장 샀다. 처음으로 내돈 주고 산 거다. 집에 오래된 LP가 몇 장 있긴 한데, 아버지가 주워온(?) 것을 내가 슬쩍 해온 거다. Metallica의 명반 of 명반 'Master Of Puppets'도 있어서 깜짝 놀랐는데, 상태가 그다지 좋지는 않다. 이번에 산 LP는 늑대보호운동가로도 유명한 엘렌 그리모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이다. 원래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터의 판을 사려고 찾아보았는데 품절. 엘렌 그리모의 연주도 평이 좋다길래 사봤다. 디지털 음원에만 익숙해서인지, 아니면 싸구려 턴테이블을 저렴한 앰프에 물리고 입문용 스피커로 출력해서인지 모르겠지만, '음질'만 놓고 보면 우왓 할 일은 없다. 다만 조금은 불편하고, 약간은 느리고, 몸을 더 움직여야 하는 뭐 그런 아날로그스러운 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