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cycle

자전거를 도난당했습니다.

그리 비싼 자전거는 아닙니다만.
학생 신분에 나름대로 큰 돈 들여서 장만했습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처럼 저에게도 돈으로 가치를 매길 수 없는 소중한 녀석입니다.
본격적인 자전거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해준 녀석이거든요.
애지중지하던 녀석이 어느날 갑자기 사라져버리니 마음 한 구석이 무너져내리는 것만 같습니다.
도난당한지 오늘로 3일째.
날마다 그 장소에 가서 서성입니다.
웬지 그 자리에 다시 돌아올 것만 같아서요. ㅠㅠ
주변에서 보시면 꼭 연락부탁드려요.
017-608-9541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내 자전거 훔쳐간 사람이라면,
제발 제자리에 갖다 놓으세요.
4관절 자물쇠로 잠궈둬서 쉽게 절단하지도 못할 것 같은데,
팔아도 그리 큰 돈 만지지 못할텐데,
당신의 마지막 양심에 호소합니다.
내 자전거 돌려주세요.

<사건 개요>
2007년 2월 23일 오후 5시30분 경 전남대학교 후문 교내 자전거보관대에 주차하였음. 4관절 자물쇠로 프레임과 뒷바퀴를 묶어두었음. 24일 새벽 3시경까지 술을 마시고 택시를 타고 귀가하였음.
24일 다른 일 때문에 자전거를 확인하지 못하고, 오후 9시 경에서야 자전거 보관대로 갔음. 그 때서야 자전거가 사라진 사실을 인지하였음.
자전거 보관대의 봉에 묶어두지 않아서 자전거를 들고 차량에 실어서 훔친 것으로 추정함.



앞샥에서 검은색 주름진 고무는 떼어버렸습니다. 그리고 핸들바에 달려 있는 빨간색 후미등은 없습니다.







핸들바에는 라이트 거치대와 휴대용 스피커 거치대가 달려 있습니다.


내 자전거 훔쳐간 당신에게,

이런 씬발끈 같은 놈아.
이 게쉬판, 개산기, 개량기, 개맛살!
시베리아 십장생아!
이런 호로라기!
쉽만대군 양성할 색기!
이런 신발 개나리같으니라고!
시베리아 벌판에서 귤이나 까 쳐 목구멍에 쳐 넣어불라!

흠흠...
죄송합니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ㅎㅎㅎ
이 역사적인 사건을 시 한편으로 기록해둡니다.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절단기로도 잘리지 않는 튼튼한 자물쇠에 그대로 묶인 채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노래같이 고귀하고 빛나던 옛 페달질은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도난에 날아갔습니다.
애틋한 페달질의 추억은 나의 교통의 지침(指針)을 돌려 놓고 뒷걸음 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두 바퀴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변속기에 눈 멀었습니다.
도둑질도 사람의 일이라 주차할 때에 미리 도난당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간밤의 도난은 뜻밖의 일이 되고 나의 마음은 상처에 터집니다.
그러나 자전거에 대한 애착은 쓸데없는 할부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지름신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목돈의 힘을 옮겨서 새 자전거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새 자전거를 기대하는 것과 같이 다시는 도난당하지 않을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만은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마음을 못이기는 자전거의 노래는 님의 실종을 휩싸고 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