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 지속가능한 도시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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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지속가능한 도시의 선택

영국 런던 시내의 버스 정류장이다. 지붕이 있는 이 시설물에는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이 앉을 수 있는 긴 의자도 있고, 각종 버스 운행 및 교통 정보에 대한 안내판도 붙어 있다.
광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시설물이다. 광주은행이 '고객 감사의 뜻을 담아' 버스 정류장마다 설치했다. 하지만 위 사진을 자세히 보라. 도로쪽이 막혀 있고, 인도 쪽이 터져 있다. 그렇다. 우리와 반대다. 차량통행 방향만 우리와 반대인 것이 아니다.

광주의 버스 정류장에 설치된 시설물은 도로쪽으로 터져 있기 때문에 그 안에 서 있거나 앉아 있으면 지나가는 차량이 내뿜는 매연과 먼지를 그대로 뒤집어 써야 한다. 물론 차량 소음에도 그대로 노출된다.
비가 오는 날에는 문제가 더 심해진다. 비 피한답시고 버스정류장의 시설물 안에 들어가 있다가는 물벼락을 각오해야 한다. 한국의 자동차 운전자들은 인도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물이 튕길 것이라는 배려깊은 사고를 하기에는 너무 운전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폐해에도 불구하고 버스 정류장의 시서물이 도로쪽으로 터져 있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봤다. 한눈 팔지 말고, 정신 바짝 차려 자기가 타야 할 버스가 오는지 도로쪽을 잘 보고 있다가, 버스 번호가 식별된 순간 용수철처럼 튀어나가 버스를 세우라는 배려일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으면 시내버스는 냉정하게 정류장을 지나쳐버릴 것이기 때문에. ㅠㅠ

비교적 인도 폭이 넓은 곳에 설치된 시설물의 경우에는 조금이나마 도로와 거리를 두고 있어 다행이지만, 폭이 좁은 인도에서는 도로쪽으로 바짝 붙어서 설치돼 있다. 시민들은 웬만해서는 그 안에 들어가지 않는다. 오히려 인도쪽의 유리벽을 방패 삼아 먼지와 매연을 피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이것은 전혀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 보행자나 대중교통 이용자(대부분 사회적 약자들이라는 사실을 상기할 것!)들에 대한 인식의 수준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광주광역시장과 대중교통과 공무원들은 도로쪽에 바짝 붙어 있는 버스정류장 시설물 의자에 앉아서 시내버스를 기다려봐야 한다. 그 짓을 한달 동안 출퇴근 때마다 실시한 후, 광주광역시장은 시민들에게 그 동안 불편을 끼친 점에 대하여 사과를 해야 한다. 그리고 모든 버스 정류장 시설을 보행자와 시내버스 이용자의 편익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

대중교통 활성화는 대중교통 이용자들뿐 아니라 자가용 이용자들에게도 이익이다. 모두에게 이익이다. 대중교통이 정확하고, 빠르고, 안전하고, 편안할수록 자가용 이용률은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가용 중심 교통정책(혹은 대중교통 배제 정책!)은 자가용 이용률을 높임으로써, 수많은 교통문제와 환경문제를 유발한다. 이는 자가용 이용자들만 불편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교통 이용자들에게도 피해를 입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