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윤한봉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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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윤한봉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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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봉 선생님이 별세하셨다.
오늘 오후 문자메시지로 부고를 받았다.
고인을 처음 본 때는 2000년 5·18 민중항쟁 주간이었다. 비엔날레 공원에서 김남주 시인의 시비 제막식이 있었다. 당시 인터넷한겨레 하니리포터였던 나는 5·18공동취재단과 함께 제막식 행사를 취재하고 있었다.
송기숙 교수를 비롯해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나와서 제막을 거행했다. 그들이 시비를 덮고 있던 하얀 천을 끌어내리자 시비가 모습을 드러냈고, 모두 박수를 쳤다. 그러고나서 그들은 단상에서 내려왔다.
그런데 웬 왜소한 남성이 홀로 남아서 그 커다란 하얀 천을 끌어모으고 있었다. 남들은 다 양복 입고 나왔는데, 그 남성은 허름한 점퍼에 하얀 운동화 차림이었다. 그는 하얀 천을 들쳐 메고 단상에서 내려왔다.
신기했다. 제막에 참여할만한 사람이면 이름 꽤나 알려진 사람일텐데, 그런 사람이 저런 일을 직접 하다니!
그 때의 인상은 아직도 매우 강렬하게 남아 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가 바로 윤한봉 선생님이었다.

5·18을 사적으로 악용하려는 세력들을 이제 누가 매섭게 비판할 수 있을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