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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에 전용도로를 허하라

2007년 8월 1일자 광주드림에 게재됨.

얼마 전 서울의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에서 자전거가 보행자를 들이받는 사고가 일어났다. 보행자는 머리를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자전거 운전자는 구속됐다. 이런 끔찍한 일이 남 일 같지 않다.

광주시는 에너지 절약이나 친환경을 내세우며 시민들에게 자전거를 타라고 권유한다.(정작 공무원들은 안 타지만) 그런데 주변의 자전거 관련 시설을 보면, 광주시의 권유는 시민들을 사고의 위험으로 내모는 꼴이다.

광주시는 인도 위에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를 만들었다. 사실 자전거와 보행자가 한 데 어울려 다닐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터무니없는 것이다. 변변한 자전거 전용도로 하나 만들어 놓지 않고, 인도 위에 페인트로 자전거 그림만 그려 놓으면 끝인가!

자전거와 보행자 겸용도로에서 뒤섞여 다니다 보면 아찔한 순간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과속하는 자전거나 부주의한 보행자만을 탓할 일이 결코 아니다.

인도 위의 자전거도로를 이용하라는 것은 결국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과 같다. 이리저리 보행자들을 피해 다니고, 상점들의 불법 입간판들을 헤치며 용케 페달을 밟더라도 얼마 못 가서 자전거를 멈춰야 한다. 인도 위를 용감하게 점령한 불법 주정차 차량들 때문이다.

보행권조차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는 인도에서 자전거를 타라고?

자전거는 도로교통법에 따라 차로 분류된다.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에서 자전거가 사람을 치면 자동차 교통사고와 똑같이 처리된다. 자전거가 다닐 수 없는 인도 위에서 사고를 내면 ‘보도통행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이는 교통사고 10대 중요항목 중 하나이다. 무시무시한 일이다.

억울하게도 자전거는 사고를 내야(?) ‘차’로 대접받는 것이다. 평소에는 ‘차’의 권리를 보장해주지 않는다.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정착시키려면 무엇보다 전용도로를 개설해야 한다. 자전거 전용도로는 자전거 뿐만 아니라 보행자의 권리와 안전도 지켜준다.

일단 가능한 곳부터 시범구간을 운영해보자. 많은 돈이 필요하거나 복잡한 일이 아니다. 차도의 가장 자리 차선을 활용하면 된다. 자동차가 넘어 오지 못하도록 낮은 수벽만 설치하면 자전거 전용도로 구실을 할 수 있다.

전용도로 하나 갖지 못한 자전거는 보행자와 뒤섞여 위태롭게 달린다. 보행자에게 미안하고, 불법 주정차량이 짜증스럽지만, 오늘도 자전거는 달린다. 지구의 안녕을 위해. 이제 자전거에게 전용도로를 허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조원종 시민기자 communi2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