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치사한 나라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에 납치된 한국인들이 풀려났다.
기쁜 소식이다. 42일간 생사를 넘나드는 공포와 고통에 시달렸을 그들에게 위로를 전한다.

그들이 귀국하기도 전에 정부의 구상권 행사 방침이 보도되었다.
협상과 석방 과정에서 소요된 경비에 대해서 풀려난 인질들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어처구니가 없다. 참 치사한 나라다.
23명이 납치되고, 그 중 2명이 무참히 살해당했다. 나머지 21명도  생사를 넘나들다 42일만에 풀려났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외국에서 납치돼 목숨을 위협받는 인민들을 무사히 구출하는 것은 정부의 당연한 의무다.
물론 정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안전 대책 없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무리하게 활동한 것을 두둔할 생각은 없다.
그들에게 분명히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그 방식이 돈을 받아내는 것이라니!
그들과 관련 교회는 이미 사회적으로 숱한 비난을 받아 왔다. 사회적 형벌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몰매를 맞았다.
이제는 그들을 위로할 때가 되지 않았나.
그들이 귀국할 때 따뜻하게 받아 줄 포용조차 이 사회에서 기대할 수 없는걸까.
죽다 살아난 자국민들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회복하기도 전에 구상권 청구 방침을 내놓는 나라. 이에 쌍수 들고 환영하는 인민들. 심지어 확인된 바 없는 '몸값'까지 청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치사한 것인지, 잔인한 것인지 모르겠다.

그들은 외국에서 치욕스런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국가의 위상에 먹칠을 한 행위를 한 것도 아니다.
그들 나름의 '선의'에 따라 종교활동을 했을 뿐이다. 물론 그 행위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의 잘못에 비해 너무 어마어마한 사회적 형벌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납치되었다가 42일 동안 죽을지 살지 모르는 공포를 겪고 풀려난 사람들이다.
그들의 '죄'가 밉더라도, 이제는 포용하고 위로할 정도의 아량은 가지고 살자.

* 세금 아깝다고 분노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사람 살리는 데 쓰는 세금이 그렇게 아깝나!
**평소 한국 기독교계에 대한 불만이 이번 납치 사건을 계기로 폭발하여 표출되는 것 같다. 한국 기독교계가 그리 잘한 일이 없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그 모든 비난을 납치당한 사람들과 그 교회가 감수할 책임은 없다. 잘 걸렸다는 듯이 그들을 융단폭격하는 것은 옳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