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cycle

자전거는 관대하다

자주 겪는 일이라 어진간하면 글 쓰지 않으려고 했는데, 오늘은 좀 웃겨서 몇 자 적는다.
월요일 자출길, 농성 4거리에서 신호받고 신세계백화점 4거리까지 죽어라 달린다.
자동차 흐름에 맞추려면 있는 힘껏 달려줘야 한다.
가장자리 차선은 늘 택시, 버스에 불법주정차량들 때문에 다닐 수 없다.
평소 최대한 가장자리로 붙어서 주행하는데, 오늘은 뒤에서 어떤 운전자가 신경질적으로 경음을 울려댄다.
속도가 붙은 상태라 뒤를 돌아본다거나 어중간하게 옆으로 피해주는 것은 위험하다.
10여초만 더 가면 교차로 지나서 가장자리 차선으로 비켜주면 된다.
그런데 뒤에서 더럽게 징징댄다. 그래서 관대한 나는 후방 안전을 확인하고 가장자리 차선으로 살짝 비켜주었다. 그랬더니 좋다고 내 옆으로 쭉 들이댄다. 그러고 얌전하게 지나가면 좋았을텐데, 나를 겁주려고 했는지, 내가 자기 차선을 빼앗을 거라고 생각했는지, 차선 가운데로 주행하지 않고 오른쪽으로 바짝 붙여서 내가 손 내밀면 닿을 정도로 들이댄다.
귀여운 녀석. 네가 그래봤자 나는 여기서 우회전 하거든!
살짝 미소를 띄우면서 나는 유유히 사라졌다.
나는 관대하다.
답답한 금속틀 안에 갖혀서 교통체증에 시달리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옹졸해진다는 거 이해한다.
사방으로 트여 있어 세상을 호흡하는 관대한 자전거는 그대를 용서한다.
그래도 다음에는 그러지 마시라.
그대가 오염시키는 지구를 조금이라도 보호하려고 관대한 라이더들은 두 바퀴를 제 힘으로 굴리고 있지 않은가!
오늘은 하는 짓이 귀여워서 관대하게 용서하지만, 다음부터는 변적사의 이름으로 응징할테다!
그리고 다음에 라이더들을 만나면 존경심을 표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