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굿바이, 네이버!

흔히 이런 말들을 한다.
중대한 상황에 처해 봐야 사람 속을 알 수 있다고.
평온한 시기에 무척 잘해주던 사람이 중차대한 상황에 닥치자 돌변한다면 그는 좋은 사람이라고 보기 어렵다.
세상사도 그렇다.
평소 별 것도 아닌 일을 가지고 얼굴 붉히며 싸우는 정치인들을 보면 입장 차이가 상당한 것 같지만, 비정규직 문제나 한미 FTA 같은 중대한 사안에 대해서는 손발이 잘 맞는다. 그게 그들의 진짜 속마음인 거다.
그래서 중요한 순간에는 피아를 구별하기가 비교적 쉽다.

삼성의 추악한 뇌물 뿌리기 의혹이 세상에 알려진 이후도 그렇다.
날마다 검찰 수사를 촉구하며 비중 있게 보도하는 소수의 언론이 있었다. 반면에 축소보도로 면피하거나  심지어 삼성을 편들어주는 충견 언론도 있었다. 삼성이 적극 대응하고 나서야 '공방'이나 '진실게임'따위로 의미를 추락시키는 보도를 한다. 중대한 사안이 터지자 확실하게 편가르기가 되는 거다.

포털 사이트도 그랬다.
최근 블로고스피어에서는 네이버를 성토하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 이후 삼성 비자금과 뇌물 사건에 대하여 초기 네이버의 뉴스편집은 노골적인 은폐 의도를 보였다. 기껏 메인 페이지에 노출시킨 것도 삼성과 김용철 변호사 개인 간의 공방 따위에 관한 것이다.
네이버의 창피한 짓거리 덕분에 다음이 칭찬받는 분위기까지 생기고 있다. '네이버, 안녕'을 선언하고 다음으로 옮겨가는 네티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거대한 포털사이트에 대해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이토록 초라하긴 하지만, 의미있는 행동인 것은 분명하다.

네이버에 대한 성토 분위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네이버의 폐쇄성과 상업성은 예전부터 비판의 대상이 되곤 하였다. 검색이나 블로그 등 모든 서비스를 네이버 사이트 안에서 봉쇄시키는 시스템은 당장에는 네이버의 독점적 지위를 지켜주겠지만, 가까운 미래에 그 한계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 물론 이러한 문제들은 네이버만의 문제라기보다는 포털사이트, 나아가 웹 전반의 것이다. 네이버가 유독 심할 뿐.

기술적 영역에 대해서는 과문하기 때문에, 별로 논할 것이 없다. 하지만 네이버의 폐쇄성과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횡포에 기반하고 있는 편리함과 익숙함은 결국 네이버식 포털사이트의 퇴보를 불러올 것이라는 점은 확신할 수 있다. 또 편리함과 익숙함으로 네티즌을 포획하는 데 성공한 네이버의 '덫'은 민주주의(?)와 연대를 기본 정신으로 하는(내 생각!) 웹 세상의 적이라는 점도 틀림 없다.

그래서 내가 쓰는 웹브라우저의 홈페이지도 네이버에서 구글(iGoogle)로 바꿨다. 자출사가 네이버 카페에 있기 때문에 네이버 접속을 완전히 중단할 수는 없지만.
네이버에 익숙해진 사람에게 구글은 무척 불편한 서비스일 수 있다. 가볍고 단순한 정보를 찾는 데에는 네이버가 훨씬 효과적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네이버는 정보를 잘 찾아주기는 하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는 별로 없다. 구글에서는 정보를 찾기 어렵지만, 만족스러운 결과가 많다.

여하간 최대한 네이버에 접속하지 않을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