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경제 동물

오늘 '경제적 동물'(economic animal)이라는 말을 두번 보았다.

먼저 <프레시안>에 실린 "한국인들은 '경제적 동물'입니까?" 라는 기사에서다. 한국타이어의 헝가리 현지공장에 관한 내용이다. 한국타이어는 최근 1년 반 동안 15명의 노동자가 사망해서 노동부가 직접 조사까지 나서는 등 국내에서도 사회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한국타이어 헝가리 현지 공장의 노무관리와 노사관계가 헝가리에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한다. 우선 지난 6월 조직된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조합원 명단을 사측에 공개하지 않았음(합법!)에도 불구하고 노조 지도부 중 한 명이 해고되었다. 파견된 한국인 직원들을 빼면 헝가리 공장 노동자들의 거의 전부가 비정규직. 휴일 근무 강요, 불법적인 초과 근무시간(헝가리는 연간 초과 근무시간이 200시간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데 한국타이어 공장에서는 공장 설립 6개월만에 600시간을 넘겼다), 헝가리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아침마다 음주테스트까지.

상급 노동단체가 나서서 헝가리 주재 한국대사관을 찾아가도 어떠한 개선 조치도 없었다고 한다. 또 한덕수 국무총리가 헝가리를 방문했을 때, 헝가리 대통령과 총리가 한국타이어 공장 문제를 언급하자 "헝가리 노동법을 배우고 있는 중"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한국 공직자들의 저열한 노동관은 국제적인 망신거리가 아닐 수 없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라 밖에서도 새는 모양이다. 이쯤 되면 헝가리 사람들이 한국인에게 '경제적 동물'이라고 손가락질 해도 할 말 없다.

어제 <한겨레>에 실린 홍세화씨의 칼럼 <어디까지 추락할 것인가> 에서도 '경제 동물'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국가의 법치와 공공의 질서를 더러운 돈으로 유린한 삼성의 불법과 비리에도 불구하고, '나라 경제'를 위해서 덮고 가자는 주장이 버젓이 통한다. 위장전입과 각종 투기, 자녀의 위장취업 등 수많은 비리와 부정 의혹들도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 1위를 흔들어 놓지 못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가 대통령이 되면 '경제가 살아난다'는 '주술'에 걸려 있다.

이러한 현상의 이유를 홍세화씨는 "사회 구성원들 대부분이 경제동물로 축소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경제를 위해서라면 어떠한 부정과 비리, 부패도 용서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회에서 발견할 수 있는 희망은 도대체 무엇일까. 더 큰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는 경제 주술이 최소한 실현될 가능성조차 매우 희박하다는 것이다. '경제동물'들은 정의와 공익을 포기당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진짜 경제까지도 희생당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