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방 라이딩
bicycle

뚝방 라이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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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2월 26일.

대학원 전공수업 시간표 조정에 관한 대의원 업무를 처리하고, 스트레스도 풀겸 자전거를 끌고 나온다.
패밀리랜드를 지나서 담양으로.
용전 수퍼에 들러서 컵라면과 연양갱 하나씩 사서 배낭에 넣는다. 학교에서 나올 때 보온물통에 뜨거운 물을 채웠다.
매연과 소음에 시달리기 싫어서 한적한 농로를 달린다. 봄날처럼 따뜻해서 자켓을 멋어 배낭에 넣고 져지 하나만 입고 페달링한다. 그래도 땀이 난다.

달리다보니 뚝방이 보인다. 자전거로 달릴 수 있을까 궁금해서 진입로를 찾아 뚝방으로 올라간다.
오호! 울퉁불퉁하긴 하지만 길이 나 있다. 적당히 패인 곳, 튀어 나온 곳이 섞여 있어서 쿵덕쿵덕 달리는 맛이 좋다. 양 옆에는 갈대가 바람 따라 살랑살랑 춤을 춘다.
mp3플레이어에서 '즐겨 찾는 슬픔'이라는 폴더를 선택한다. 스피커의 볼륨을 낮추고 뚝방을 달린다. 소음이 없으니 볼륨을 꽤 낮춰도 음악소리가 또렷하다. 주변에 아무도 없으니 절로 따라 부른다.

적당한 바람이 불어와 땀을 말린다. 기분이 좋아진다.

배고픔이 느껴져서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붓는다.
익는 동안 연양갱을 꺼내서 한입씩 먹는다.
펄펄 끓는 물이 아니라 면발이 제대로 익진 않는다.
그게 대수랴. 뚝방에 자전거 눕히고 홀로 앉아 컵라면 먹는 맛이 '솔찬하다'.
후후 불면서 국물을 마신다. 용기 바닥에 스프가루가 가라 앉아 있다. 이건 좀 먹기 꺼림칙하다.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뚝방길에 버린다.
그래도 쓰레기는 남기지 않고 모두 챙겨서 배낭에 넣는다.

자전거가 없었다면 나는 어떻게 살았을까?
상상하기도 싫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