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가 비정규직보다 더 중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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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가 비정규직보다 더 중요한가?

난 독도에 관심 없다. 잊을만 하면 한번씩 지랄해주는 일본이나 무능하고 멍청한 한국의 정부나 짜증스럽긴 하다. 그래도 일본발 독도문제가 불거지기만 하면 사회 전체가 혼연일체가 되어 격한 분노를 터뜨리는 것도 보기 좋은 풍경은 아니다.

이건 뭐 독도문제만 나오면 좌파나 우파나, 진보나 보수나, 서울이나 지방이나, 강남이나 강북이나, 남성이나 여성이나, 한나라당이나 민주노동당이나 비슷비슷한 목소리를 낸다.
민족적 문제이니까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민족문제는 간혹 계급문제를 은폐하기도 한다)
하지만 심하다.

독도문제가 비정규직 문제보다 더 중요하고 심각한 것일까? 당연히 독도문제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독도문제 하나로 전 사회가 들썩거리는데,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되는 비정규직 문제에는 이렇게 무관심해도 되는 거냐 이거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옳지 않다.

파업1년째를 넘긴 이랜드일반노조 김경욱 위원장은 광우병소고기 촛불집회에 여러번 참석했다. 하지만 한번도 촛불을 켜지 않았다고 한다.

한 조합원의 이야기 때문이다. 전기가 끊겨 아이들이 촛불을 켜고 공부한다. 아이들은 "TV도 안 나오고 컴퓨터도 안되니까 집중이 잘 된다"고 했다. 그래서 김경욱 위원장은 차마 촛불을 들 수가 없었다고.
김경욱 위원장은 '촛불'에 '절망했다'. 광우병 소고기에 비정규직 문제는 잠식당했다.

'촛불'은 민주주의를 외쳤지만, '먹고 사는' 민주주의는 아니었다. 광우병 소고기는 먼 미래에 자신과 아이들의 생명을 위협할지도 모른다. 당연히 분노해야 할 문제다. 하지만 비정규직 문제는 아직(!)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자기 손톱 밑에 조그만 가시가 끼면 매우 아프다. 하지만 남의 팔이 잘려나가는 걸 봐도 자신은 아프지 않다.
인지상정이고 세상 이치가 그러한 것이니까 그려러니 해야 하나.

문제는 언젠가 자신의 팔이 잘려나갈 수도 있다는 거다.
손톱 밑에 낀 조그만 가시만 뺀다고 해서 행복해질 수 없는 사회가 된 지 오래다.
자신의 아픔만 알고 남의 고통에 무관심하다가는 모두가 고통받고 괴로운 사회가 되버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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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손문상의 그림 세상 "촛불아…혹시 잊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