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낙선

낙선했다.
솔직히 따놓은 당상은 입선이 아니라 낙선이었다.

<매그넘 코리아> 사진공모전에 슬쩍 출품했었다.
나의 낙선이야 천하가 예상했던 바. 올해 작정하고 찍은 사진도 거의 없었다. 허구헌날 스냅샷만 찍었으니. 덕분에 출품작을 고르는 작업이 그렇게 수월할 수가 없었다. 고르고 자시고 할 것이 없으니. ㅋㅋ

(그래도 입선을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심사위원들이 잠시 정신이 이상해졌거나 행정상 오류라도 생겨서 입선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 있을까? '참가에 의의를 둔다'는 거 새빨간 거짓말이다. 말도 안되는 상상을 해서라도 순위에 들기를 한번이라도 바랄 것이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박고수와 최고수마저 고배를 마신 것은 충격이었다.
물론 이번 공모전이 사진에 대한 절대적 기준이 될 수는 없다.
공모전의 취지대로 심사기준이 있었을 터. 그냥 그 기준에 더 적합한 사진이 있었을 뿐이다.
그래도 당선작들을 보면 좀 그렇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대단한 작품을 기대했던 것은 아니지만, 글쎄... 고개가 갸우뚱하는 건 사실이다.

여하간 이번에 얻은 게 하나 있다.
사진을 담담하게 찍어야겠다는 생각.
지금까지는 늘 섹시하면서 터프하고 강렬하며 교훈적이고 발언적이며 강압적인 사진을 구상해왔던 것 같다.
다 버리고 무덤덤하게 찍는 훈련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