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론>을 읽지 않는 자본주의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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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론>을 읽지 않는 자본주의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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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프라하의 '공산주의 박물관'에 있는 마르크스와 레닌의 동상


서울대에서 20년만에 마르크스경제학 과목이 폐강되었다는 뉴스가 나왔다.
김수행 교수의 정년퇴임으로 서울대에 마르크스 경제학 전공 교수가 완전히 사라지더니 급기야 폐강까지 된 것이다.
전국 수백 개 대학 중에 서울대 하나의 사례만 가지고 호들갑 떨 일은 아니다. 그래도 '서울대'라는 게 한국 사회에서 워낙 의미하는 바가 남다르니까.

호기심에 전남대 경제학부의 교과과정을 훑어봤는데, 이채언 교수의 '국제정치경제학'은 아직 살아남아(?) 있다. 학부 3학년 때던가, 수강한 적이 있다.(학점은 A+! ㅋㅋ) 정통 마르크스 경제학을 배울 수 있는 과목은 아니다. 서울대의 '정치경제학 입문'이나 '마르크스 경제학 연구' 처럼 마르크스 경제학만을 배울 수 있는 과목은 전남대에 없었던 셈이다.(과거에 있었는지 확인할 수 없지만, 적어도 내가 대학 다닐 때에는 없었다)

아쉬운 마음에 4학년 때 '전태일을 따르는 사이버 노동대학'이라는 곳에서 자본론 강의를 수강한 적이 있다. 이채언 교수가 강의를 맡았는데, 요즘처럼 화질 좋은 동영상 강의를 상상할 수 없던 시절이라 형편은 열악했다.
없는 용돈을 쪼개서 수강료 몇 만원을 내고 태어나 처음으로 자본론을 사고 괜히 감격까지 했지만, 몇 차례 듣고 포기했다.

단병호 선생은 감옥에 있을 때 자본론을 독파했다고 하는데, 나는 죽기 전에 자본론을 완독할 수 있을까?
자본론 1권만이라도 읽어봤으면 좋겠다.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책꽂이에서 자본론 1권을 꺼내보았다.
자본론 1권 (하)의 '제1차 개역에 부쳐'라는 글에서 김수행 교수는 이런 글을 남겼다.

지금 사회주의권은 개혁과 혼란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그러나 이 사실이 결코 자본주의 사회가 문제점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사회주의권의 개혁은 정치적 독재와 무자비한 경제적 수탈에 입각하고 있는 그러한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점을 더욱 분명히 폭로하고 있다. 왜냐하면 냉전시대의 사고방식에 의하여 은폐되었던 자기 자신의 진정한 문제점이 비로소 부각되기 시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구조와 발전을 그 핵심적인 측면에서 분석한 <자본론>의 중요성이 증대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1990년 3월 20일 서울대학교 연구실에서 김수행-

책의 제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은 '공산주의론'이 아니라 '자본론'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주의를 치밀하게 분석한 학문의 씨가 마르고 있다는 것은 너무도 이념적이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