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생각보다 똑똑해


정운찬씨가 국무총리에 내정되었다는 뉴스에 다들 호들갑이다. 대부분 정운찬씨를 민주당 측 성향으로 알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이명박의 부름에 ok를 했다는 사실에 당황하는 눈치다. 엄밀히 말해 정운찬씨는 민주당 측과 공식적인 관계를 맺은 적이 없는 것으로 안다. 항상 주변에서 말만 무성했을 뿐. 지난 대선 때에 민주당의 대선후보로 물망에 오르기도 했지만, 그 역시 주변에서 일으킨 것일뿐 정작 본인은 가만히 계셨다.
어쨌거나 나는 정운찬씨가 이명박의 국무총리에 ok했다는 것보다는, 이명박측에서 정운찬 국무총리 카드를 생각해낸 것이 더 놀랍다. 이것들이 완전 꼴통 돌대가리들은 아닌 거다. 오히려 민주당보다 똑똑해보인다.

정운찬씨가 소신을 지킬 수 있느냐, 아니면 이명박의 수하가 되느냐 따위에 관심이 집중되는 분위기다. 여기에는 정운찬씨가 기존에 4대 강 정비사업으로 가장한 대운하를 비판했다거나 MB정권의 경제정책을 비판했다거나 해서 MB와 대립각을 세우는 인물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는데. 나는 달리 본다.
결론부터 말하면 정운찬씨는 소신을 지킬 것이다. 그런데 그 소신의 내용이 무엇이냐 하는 거다. 본질적으로 MB와 다를 것이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이유는? 딱히 없다. 그냥 직감이다. ㅋㅋ 다만 정운찬 국무총리 체제에서 MB식 막무가내 삽질이 다소 세련되고 폼나게 치장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은 한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때에도 줄기차게 러브콜을 했지만, 끝내 가지 않았던 정운찬씨가 이명박에게는 갔다. 이거 뭔가 있다는 거다. 분명히 뭔가.... 그게 뭔지는 그들만이 알겠지.

여하간 정운찬씨나 이명박이나 둘 다 잃을 것은 거의 없고 한방에 많은 것을 얻게 되었다. 짱구 되게 잘 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