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후배

2003년 <신나는 돌팔매>라는 이름으로 개인홈페이지를 운영한 적이 있다. 적적한 회사생활에 소소한 활력소가 되어주었던. 백업해둔 HTML파일을 뒤적거리며 옛추억(?)에 잠기다가, 우쭐하게 하는 글이 있어 옮겨둔다.
ㅋㅋ


- 제목 : 경희대에서 후배들을 만나고..
- 작성 : 조원종
- 일자 : 2003-08-14 12:12:01
- 카운트 : 34

통일선봉대라고 후배들이 경희대에 있다는 첩보를 접수!
접수 후 만나러 갈 생각이 조금도 없었지만 모 후배가 식칼같은 비수를 가슴에 꽂는 바람에 경희대까지 몸을 이끌고 가게 됐다.
후배들을 기다리면서 다른 선배와 통닭에 생맥주를 먹었다. 이윽고 경희대 정문으로 터벅터벅 걸어오는 고XX이라는 후배를 맞이했다. 같이 왔다는 오존학번 후배 2명을 만나러 경희대 안으로 진입!
'중대장'인가 먼가 하는 사람이 절대 못 나가게 한다는 고XX의 방해책동에도 불고 우리들은 경희대 정문 밖으로 진출 성공!
호프집에서 '스페샬' 안주에 생맥주를 마셨다.
처음 보는지라 오존학번 후배들과 서먹서먹했지만, 모처럼 가져보는 유쾌한 술자리였다.
없는 돈에 그리 호사스런 것도 못 사줬지만. 여하튼 녀석들 몸 성히 잘 있다 내려가길 바랄 뿐.
녀석들고 헤어지고 지하철을 타러 갔으나.
"용산 가는 거 끊겼어요!" 라고 외치는 공익근무요원의 말에 망연자실!
버스를 타자는 제안에 모두들 지리도 모르면서 무작정 버스정류장을 찾아 걸었다.
한참을 가다 버스정류장 발견! 그러나 이미 막차는 떠난 상황!
일단 후배 한 명을 택시 태워 보내고 모 선배랑 나는 다시 버스를 찾아 헤맸다. 결국 종로로 가는 버스를 잡아 타고 무사히 잘 곳으로 갈 수 있었다.

아래는 <신나는 돌팔매>의 열혈독자 중 1인이었던 후배 이XX의 글. 말미에 반전 있다. ㅠㅠ

내가 원종오빠를 좋아하는 이유
'경희대에서 후배들을 만나고..'라는 글에서도 그가 풍기는 사람의 향기가 속속 박힌다.
순진하고 맘 약해서 거절도 못하고 '비수를 품은 후배의' 말 한 마디에 꾸역꾸역 경희대로 향하는 그는 존경할 만한 선배 중의 하나임에 틀림없다.
가끔은 농담을 너무나 진지하게 받아들여 소피스트적 자잘한 논쟁을 즐기기도 하지만 위선으로 말미암아 양면이 전혀 다른 선배들과 비교해 질적으로 월등한 사람임에도 틀림이 없다.
'처음 보는지라 오존학번 후배들과 서먹서먹했지만, <모처럼 가져보는 유쾌한 술자리였다>고 말하는 사람이고, '없는 돈에 그리 호사스런 것도 못 사줬지만. 여하튼 녀석들 몸 성히 잘 있다 내려가길 바랄 뿐'이라는 말에서도 그 느낌은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가끔은 컴퓨터 앞에 앉으면 내 고민을 들어주고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고민해결사가 되어주기도 한다.
오빠를 보고있으면 안도현의 시가 생각난다.

<너에게 묻는다/안도현>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오늘은 최종적으로 사표를 제출하기로 결심한 날.
착잡한 심정에 이런저런 생각도 들지만.
여튼.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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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나 서울가면 술 많이 사죠효~<이 부분이 주제다>
케드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