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가카의 교육과정

2009년 개정 교육과정이 확정, 발표됐다. 이른바 '미래형 교육과정'이라고 하여 명박가카의 취미대로 날림으로 급조된 거다. 2007년 개정 교육과정도 올해 3월 초등 1,2학년부터 시행되기 시작한 마당에 국가 교육과정을 바꿔버리는 걸 보면 역시 가카의 추진력 하나는 정말 씨바스럽다. 아마도 교육과정 역사상 최단기간에 이뤄진 개정이 아닌가 싶다. 국가 수준 교육과정이란 게 워낙 정권의 입맛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면이 있긴 하지만, 가카는 역시 상상 이상을 보여주신다. 뭐 이런 건 명박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익숙한 거니까 넘어가주자.

개인적으로 2009년 개정 교육과정으로 받은 타격이 어마어마하다. 사회와 도덕을 통합하는 바람에 사회과 임고생들은 내년부터 임용시험 티오를 거의 제로로 예상한다. 국영수를 제외한 과목들의 수업시수 축소는 불 보듯 뻔한 일이고, 과목의 존립을 위협받는 현직 교사들은 몇달 연수 받고 사회과 자격증을 딸 것이다. 사회과 임용 신규 티오는 끝장 난 것 같다.

2009년 개정 교육과정의 문제점을 간단히 살펴보면 이렇다.

1. 교과목 축소된다고 집에 일찍 가는 거 아니다.
교과부는 교과목 축소로 학생들의 학습 부담과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을 덜어준다고 쌩구라를 친다. 애들은 좋을 거 하나도 없다. 교과목만 줄어들면 뭐 하냐, 그렇게 줄어든 시간을 이제 국영수에 들이부어야 하는데. 어차피 니네들은 집에 일찍 가기에 글러 먹은 거다. 오히려 상황은 악화된거지. 국영수 별로 못하고, 흥미 못 느끼는 아이들은 다른 과목을 열심히 하면 점수 올릴 여지라도 있었지. 이제는 죽으나 사나 국영수에 올인해야 되는 거다. 그리고 학부모들은 이제 죽어나게 생겼다. 사교육비의 99%는 국영수 때문인데, 국영수 강화하는 교육과정 만들어 놓고 사교육비 경감은 개뿔.

2. 학교가 단기속성 학원이냐?
집중이수제도 문제다. 쉽게 말해 음악, 미술, 도덕 같은, 입시에 도움 안되는 과목들은 한 학기에 몰아서 이수하게 한다는 거다. 학교가 무슨 단기속성 학원이냐? 이건 대놓고 교육을 갖다 버리겠다는 거 아니고 뭐냐. 사람이 인생을 살면서 건강한 육체와 건강한 정신이 얼마나 중요한 건데, 이걸 단기속성으로 끝내겠다고? 하긴 니네들은 애초에 이런 건 관심이 없지. 내가 교과부장관 되면 학교에서 영어교육 금지시키고, 음악과 미술, 체육 몰입교육 시킨다. 씨바들아.

3. '자율'은 자율적일 수 있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거다.
이제 단위 학교에서는 20% 범위 안에서 수업시수를 증감할 수 있게 된다. 뭔 말이냐면, 학교가 '자율'적으로 각 과목의 수업시수를 20% 범위 안에서 줄였다 늘였다 할 수 있다는 거다. 단위 학교 별로 다양하고 개성 있는 교육, 학생들의 자율적 선택권 보장 따위 명분으로 하는 건데, 이미 눈치 깠겠지? 결국 쓸데없이 사회, 도덕, 예체능 수업 하는 데 아까운 시간 까먹지 말고, 그 시간에 국영수 가르칠 수 있게 되었다 이 말씀.
한국의 학교에서 국영수 수업시수 줄이고 예체능 교과의 수업시수를 증가시킬 수 있는 학교가 과연 존재할까? 'in 서울' 많이 시켜서 학교와 자신의 명예를 드높이고 싶은 교장들이 판 치는 마당에. 혹여 교육적 소신 있는 교장이 있더라도, 학부모들을 막을 수는 없을 거다. 자기 자식 좋은 대학 보내는 데 혈안이 된 학부모들은 국영수 강화하는 이번 개정 교육과정을 환영할 것이다. 그런데 그거 아시나. 이게 자기 자식한테만 적용되는 게 아니거덩. 어차피 전국의 모든 경쟁자들에게 똑같이 적용되거덩. 결국 경쟁체제만 더욱 죽을 맛이 되었다 이거다.

 2007 개정 교육과정(구)  2009 개정 교육과정(신)
 Ⅰ. 교육과정 구성의 방향  <좌동>

 1. 추구하는 인간상
우리나라의 교육은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 생활 능력과 민주 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하여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 국가의 발전과 인류 공영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 이념을 바탕으로, 이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인간상은 다음과 같다.

 <좌동>
 가. 전인적 성장의 기반 위에 개성을 추구하는 사람  가. 개성과 자기 존중의 인격을 갖추고 자기 개발을 주도하는 사람
 나. 기초 능력을 토대로 창의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  나. 기초 능력의 바탕 위에 새로운 발상과 도전으로 창의성을 발휘하는 사람
 다. 폭넓은 교양을 바탕으로 진로를 개척하는 사람  다. 문화적 감수성과 품격을 갖추고, 배려와 나눔의 정신을 발휘하는 사람
 라. 우리 문화에 대한 이해의 토대 위에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사람  라. 세계와 소통하는 시민으로서 공동체 발전에 책임 있게 참여하는 사람
 마. 민주 시민 의식을 기초로 공동체의 발전에 공헌하는 사람  <삭제>

위 표를 보고, 가카의 취향이 잘 반영된 개정 교육과정이라는 생각이 드는 건 나 뿐이냐.

결론.
2009년 개정 교육과정으로 안 그래도 짠한 아그들만 죽어나게 생겼다. 그리고 가카의 염원인 '선진국'은 저 멀리 멀어져 간다. 개인적으론, 사회과 임용티오 제로 시대를 열어 제치게 생겼다. 씨바.

참고로 진보신당 논평 읽어보시길. 콜로세움의 검투사에게는 상대를 벨 자유만 주어진다는 구절이 압권이다.
http://www1.newjinbo.org/xe/?document_srl=444652&mid=bd_news_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