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를 생각한다
opinion

보수를 생각한다


김용철 변호사의 책이 나왔다. <삼성을 생각한다>
제목에서부터 고심의 흔적이 묻어난다. '삼성을 반대한다'라거나 '삼성을 비판한다' 같은 과격한 표현 대신에 '생각한다'를 선택한 것은 김용철 변호사의 진심이 담긴 것이라고 생각된다. 2007년 한국사회를 흔들어 놓았던 그의 양심선언 때부터 그의 입장은 일관되었다. 그가 겨냥한 것은 삼성이라는 기업이 아니라 이건희 일가와 그 가신들의 부정부패였다. 삼성을 무너뜨리거나 해체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독단적이고 비상식적이며 권위적일 뿐만 아니라  비리와 부정으로 얼룩진 '삼성식 황제경영'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진심이었으리라.
그러니까 김용철 변호사는 매우 정상적인 보수주의자이고, 자본주의자인 셈이다. 그는 법을 지키자고 했을 뿐이다. 그는 "납세와 병역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보수란 있을 수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김용철 변호사에게 '좌빨', '전라디언'이라고 딱지 붙이거나 '배신자'라고 힐난하는 세력과 그 동조자들은 보수가 아니다. 추악한 비리와 범죄의 몸통, 그리고 거기에 빌붙어 기생하는 세력일 뿐. 김용철 변호사와 같은 전형적인 보수주의자를 옹호하고 지키려는 사람들이 보수세력이 아니라 진보 또는 개혁세력이라는 사실은 한국사회의 보수가 어떤 꼴인지 말해준다.
한국사회의 진정한 소수자는 진보가 아니라 오히려 보수가 아닌가 생각한다. 문제는 극우와 수구, 범죄집단이 정치와 시장의 권력을 장악하고 있고, 태연히 보수연(然)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 생각은 다르다. 정의가 패배했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는 것은 아니다.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도 아니다. "정의가 이긴다"는 말이 늘 성립하는 게 아니라고 해서, 정의가 패배하도록 방치하는 게 옳은 일이 될 수는 없다. 나는 삼성 재판을 본 아이들이 "정의가 이기는 게 아니라, 이기는 게 정의"라는 생각을 하게 될까봐 두렵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썼다."

김용철 변호사가 책에 쓴 글이다. 이 정도 신념은 갖고 있어야 정통 보수주의자라고 할 수 있지 않겠냐. 나는 그를 보면 '삼성'보다는 보수를 생각하게 된다.

저 때 이건희는 '이것 참 씁쓸하구만. 법원은 얼마면 살 수 있나?' 생각했을지도. ㅋㅋ 그나저나 저 공무원은 또 얼마나 떨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