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나에 대해서 대충 아는 사람들은 내가 옷차림에 무신경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를 좀 아는 사람들은 내가 은근히 멋 부리기를 좋아한다는 것을 안다.
나에게 경제적 여유가 있었다면, 나도 꽤나 유명 브랜드의 옷을 즐겨 입으면서 몸 치장에 신경 쓰고 살았을지도 모른다. 옷보다는 밥을 우선해야 하니까 그냥 순응하고 살아왔다.
내 인생에 새옷이라는 건 별로 없었다. 어렸을 적에는 물려 받은 헌옷을 입었고, 다 컸을 때부터는 주변에서 사주는 옷을 마르고 닳도록 입었다. 옷장에 있는 옷들은 어림잡아 4~5년 이상 입고 있는 것들이다. 내가 나서서 옷을 사는 일은 라이딩용 져지나 등산의류 따위가 거의 전부다. 이것도 수퍼헝그리한 것들이다. 남들 장갑 하나 살 돈으로 상,하의 져지에 양말까지도 산다. ㅋ
수트는 대학졸업식 때문에 처음 사고, 직장 때문에 두어번 산 적 있다. 나에게 수트는 정말 돈 아까운 옷이다. 거의 입을 일이 없다. 결혼식 같은 데 입고 가면 되긴 하는데, 별로 그럴 생각이 없다.
그러고 보니 수트 차림으로 결혼식에 가본 적이 없다. 친척 결혼식 때에는 나의 자유보다는 부모님 낯이 더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에 수트를 입긴 한다. 그 외에는 결혼식에 갈 때 수트를 꺼내는 일이 없다. 수트를 특별히 싫어하는 건 아닌데, 좋아하지도 않는다.
요즘엔 결혼식장에 갈 때 옷차림이 좀 신경 쓰이긴 한다. 예전에는 등산복 입고 결혼식장 갔다가 산행하고 돌아오기도 했는데. 그건 그렇고. 신경 쓰인다고 해서 마땅히 입을 옷이 많지 않은 건 다행이다. 고등학교 때 옷 고민 없이 교복만 입으면 되는 그런 거.
여하간 앞으로도 결혼식장에 수트 입고 갈 생각은 없다. 그 정도는 내 자유로 둬도 괜찮겠지. 게다가 결혼식에 필요한 건 축복하는 마음이니까.
인간은 몸과 마음이 자유로울 때 진정 멋있어 보이는 법이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