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한대수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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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한대수는 행복하다


예전에 어쩌다 텔레비전을 켰다가 한대수가 나온 걸 보고 바로 채널고정한 적이 있다. 한대수가 텔레비전에 출연한 것 자체가 드문 일인데, 게다가 아침 토크프로그램이라니. 여하간 횡재다 생각하고 시청했다.
한대수는 어린 딸과 함께 출연했었다. 옥산나와 결혼 16년만에 갖게 된 첫 자식. 한대수는 나이 예순에 아빠가 되었다. 한국에서 가장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를 꼽으라면 단연 한대수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는 마초 기질도 좀 있고, 어떤 면에서는 보수적이기도 하지만.
영원한 보헤미안 한대수가 즐겨 쓰는 독특한 어휘가 있다. 그는 '좋다'는 느낌을 '양호하다'고 표현한다. 맛있는 음식도 '양호하다'고 하고, 멋진 옷도 '양호하다'고 한다. 어떤 인터뷰 기사에서 읽은 적이 있는데, '양호하다'는 말을 썼더니 사람들이 즐거워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국 사람들은 너무 유머감각이 없다고 안타까워 하면서.
한대수의 딸 이름도 그래서 '양호'다. ㅋㅋ
한대수는 또 '돈' 대신에 '화폐'라는 어휘를 쓴다. 물신화된 돈을 거부하는 그의 정신이 드러난다. 돈은 재산증식을 위한 게 아니라 교환을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것일테다.
그는 신용카드도 쓰지 않는다. 신용카드의 노예가 되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현금만 고집한다. 부득이할 경우 체크카드를 쓰긴 한다. 그는 자동차를 싫어해서 소유하지 않는다. 옥산나와 함께 이용하는 대중교통이 편하단다.
딸 양호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라고 했더니, ".... 그리고 아빠가 양호를 위해 화폐를 좀 모아두었다. 나중에 요긴하게 쓰기 바란다"고 했다.
한대수가 화폐를 모아두었다니! 도대체 얼마나 모았을까? 한대수가 말했다. "5백만원 쯤 된다. 아껴 써라"
빵 터졌다. 프로그램 진행자, 방청객도 빵 터졌다. 5억, 5천만원도 아니고 5백만원이란다. ㅋㅋ
여하간 한대수는 양호가 18살이 될 때까지는 건강하게 살아남고 싶어 한다. 그리고 되도록 많은 화폐를 남겨주고 싶어 한다. 그래서 영원한 보헤미안 한대수는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에 퇴근하는 고단한 월급쟁이가 되었다. 나는 그가 자유를 잃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그는 여전히 자유롭고 행복해 보인다.
양호야, 양호야, 어서 빨리 나와라
양호야, 양호야, Keep on cooking, keep on cooking
이제 금방 나오면 비행기도 같이 날으고
이제 금방 나오면 그랜드마트 같이 가자
양호야, 양호야, 엄마 안 아프게 해주라
양호야, 양호야, 어서 빨리 얼굴 보자
이쁜 옷 블루진도 침대도 준비됐다
메르세데스 벤츠 애기 차 신발도 세 켤레 있다
양호야, 양호야, 어서 빨리 나와라
양호야, 양호야, Keep on cooking, keep on cooking
양호야, 양호야, 어서 빨리 나와라
양호야, 양호야, Keep on cooking, keep on cooking
너가 세상을 보면 시끄럽다 할 거야
너가 세상을 보면 어지럽다 할 거야
한대수가 양호의 탄생을 기다리며 만든 곡 '양호야 양호야'다. 듣고 있으면 슬며시 미소가 지어지고 괜히 행복감이 든다. 2007년에 발매된 Best Of Hahn Dae-Soo 앨범에 수록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