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어항

국무총리 정운찬씨가 '4대강 어항론'을 펼쳤다. 그는 '4대강 사업' 낙동강 현장을 방문해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4대강 사업 완료되면 큰 어항 된다"
어떤 느낌이 드나? 난 딱 보고 '어라! 운찬씨가 4대강 사업 반대하는거냐?' 했다. 놀랍고 기이한 일이구나 했다. 4대강의 생태를 살린다는 게 이 미친 사업의 명분 중 하나인데, 그걸 대놓고 '어항'이라고 조롱했구나 한거다. 소심한 운찬씨가 감히 가카에게 반기를 든 것인가? 흠. 다들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근데 그게 아니네.
운찬씨는 "어항이 커야 물고기들이 깨끗한 물에서 자랄 수 있다"면서 "지금이 작은 어항이라면 4대강 사업이 완료되면 우리 강들은 큰 어항이 된다"고 말했다는 것. 그러니까 '어항'을 좋은 개념으로 쓴거다. 같은 우리말인데 어쩜 이렇게 다르게 이해할 수 있을까나.
대통령 이명박씨가 서울시장 시절 청계천 삽질하는 걸 비판하기 위해 '어항'이라는 말이 나왔다. 우석훈씨가 '청계천복원사업은 생태하천과는 아무런 상관 없고 그냥 커다란 어항을 서울 한복판에 갖다 놓는 것일 뿐이다'라는 식으로 '어항론'을 처음 내놓은 것으로 안다.
같은 단어를 가지고도 이렇게 정반대로 이해하고 살 수도 있구나 하고 놀랐다. 하긴 그러니까 멀쩡한 생태를 파헤치는 공사장마다 '친환경', '생태복원'이라는 간판을 달고 있는 모순이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지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