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 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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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자 - 시소

영화는 없고 사운드트랙은 있다. 뜨거운 감자의 프로젝트 앨범 '시소'는 그래서 OST가 아니라 'IST'(Imaginary Sound Track)이다. 1번 트랙부터 10번 트랙까지 음악을 들으며 각자의 영화를 상상하게 된다. 자신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 예전에 보았던 어느 사랑 영화가 떠오를 수도 있다. 아니면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될 수도.
김C의 목소리가 이렇게 감미로웠나 싶고, 배두나의 짧은 나레이션도 감정선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시적인 가사는 앨범을 통째로 들어야 하는 중요한 이유다. 10개의 트랙이 모여 하나의 이야기가 구성되는 방식은 언니네 이발관의 '가장 보통의 존재'를 떠올리게 한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불현듯 연애를 시작하게 되고, 행복한 시간이 영원하리라는 믿음을 공유하다가, 어디서부턴가 어긋남은 시작되고, 더이상 충만함을 찾을 수 없을 때 이별을 생산해내야 하는. 연인 관계가 보이는 외형은 놀랍도록 진부하다. 설렘과 기쁨으로 가득한 연인의 만남은 마치 이별의 고통을 위로하기 위해 미리 주어진 선물인 것처럼. 연인들은 그렇게 사랑하다가 이별한다. 이 진부한 외형을 벗어난 연인들이 몇이나 될까.
하지만 모든 연인들의 사랑과 이별은 고유하고 특별하다. 누구도 그들의 '디테일'을 진부하다 말할 수 없다.
뜨거운 감자의 '시소'는 그 '디테일'을 추억하거나 상상할 수 있게 한다. 그것이 위로가 될지, 아픔의 재발이 될지, 애틋한 추억이 될지는 각자의 몫일테고.
'누가 더 좋아하는지, 누가 더 많이 사랑하는지. 감정에 평행선 따윈 없다'는 배두나의 나레이션은 전적으로 옳다. 감정은 평행선이 될 수 없으므로, 사랑은 이별의 전주곡이 될 수밖에 없는건가? 숙명적으로? 시소는 오르락 내리락해야 시소다. 양쪽에서 평행을 유지하려고 한다면 더이상 시소가 아니다. 또 한쪽의 무게가 훨씬 더 많거나 그 반대의 경우도 문제다. 올라간 쪽이 내려오기 힘드니까.
좌우당간 이번 앨범 좋다. 씨바.


이건 뮤직비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