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주식

삼성생명 공모주 청약금이 '사상 최대'라고 언론회사들이 삼성을 기사로 빨아주신다. '공모주 청약'이라는 그럴싸 한 말로 둔갑시켰지만, 쉽게 말해 돈 놓고 돈 먹기 하는 거잖아.
이게 다 돈 놓는 자 따로 있고, 돈 먹는 자 따로 있는 게임이라는 건 희극이고.
이런 불멸의 법칙을 알면서도 '자신만은 예외', 또는 '이번만은!'이라고 믿게 만드는 돈의 사악한 마법에 걸려들지 않는 사람이 없다는 게 비극이고.
주식으로 돈 벌었다(그러니까 다른 누군가의 피눈물에 기반한 불로소득!)는 말을 자랑스럽게 할 수 있고, 그 사람을 부러워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건 참극이다.
주가가 계속 오르려면 기업은 계속 이윤을 올려야 한다. 작년보다 올해 이윤을 더 올리지 않으면 주가는 오르기 어렵다. 이윤을 내지 않는 회사에 투자할 바보는 없으니까. 그럼 회사는 어떻게 이윤을 올리는가? 혁신을 통해 생산성을 올린다. 기술개발로 비용을 줄이고 품질을 향상시킨다.고 한다. 경제학 교과서에서는.
하지만 이런 식으론 미미하거나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정직한 회사들에나 통하는 말이고. 결국 많은 회사들은 주가상승을 위한 기업실적 증가를 위해 구조조정이라는 손쉬운 방법을 선택한다. 물론 현명한 사람들은 구조조정이라고 쓰고 정리해고라고 읽는다. 살아남은 정규직 노동자들을 훨씬 더 혹독한 노동으로 내몬다. 대기업은 중소기업에 납품이나 하청 단가를 후려쳐서 이윤을 내고, 대기업의 횡포에도 이윤을 내야 하는 중소기업은 비정규직 노동자, 외국인 노동자, 영세기업을 후려치게 된다.

영화 <이웃집 남자>에서 부동산 중개업자 상수(윤제문 분)는 직원들에게 이런 강의를 한다.
여기 바둑돌이 5개가 있어. 이건 항상 5개야. 근데 여기서 내가 2개를 갖고 와. 그럼 니껀 몇 개야? 3개지? 근데 여기서 내가 하나를 뺏어와. 그럼 내껀 몇 개야? 3개지? 니껀 몇 개야? (2개죠.) 그러니까 넌 가만히 있었는데도 2개가 된거야. 그렇지? (네.) 이게 바로 자본주의라는 거야. 내가 안 뺏어 오면 누군가 와서 뺏어가게 돼 있다고. 이 하나를 뺏어 오기 위해서 나나 이 과장은 좆 빠지게 노력해야 되는 거고. 미스 김은 좆 나게 노력해야 되는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