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꼭 한번은 가봐야 하지 않을까 싶은 곳 중에 법정이 있다.(피고인이나 검사, 변호사로 말고 그냥 방청객으로) 그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풍경들을 차분히 보고 있으면 고단한 삶과 그마저도 긍정하고 살아가는 징한 의지력이 느껴져서 마음이 짠해지고, 겸허해지기도 하고. 뭐 복잡한 감정과 생각들을 갖게 된다. 비슷한 이유로 시내버스 첫차도 살면서 꼭 한번은 타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타보면 안다.
노회찬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새벽 4시 시내버스 첫차에 타는 사람들(강북에 살면서 강남 빌딩을 청소해야 하는 여성 노동자들)을 이야기하는 거 꽤 의미 있는 일이다. 노회찬은 지금까지 투명인간이어야 했던 그들을 복원하겠다고 했다. 이게 단순히 그들의 임금을 올리고 고용안정을 보장하는 일을 뜻하는 건 아닐 거다. 물론 그들이 터무니 없는 임금과 형편없는 복지, 불안한 고용으로 고통받고 있는 현실을 뜯어 고치는 건 당연히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투명인간 노동자들을 복원하겠다는 건 그 이상을 의미한다.
노동의 가치를 복원하겠다는 그런 뜻이 아닐까 싶다. 경제학자 고 정운영 선생은 생전에 '대학 교수의 노동과 그 대학 경비원의 노동이 다르지 않음을 입증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고 하는데, 뭐 그런 비슷한 차원으로 이해한다. 서울시장 후보 노회찬은 강남 빌딩을 청소하는 노동자나, 그 빌딩 사무실에서 일하는 노동자나 '다르지 않음'을 복원하겠다는 그런 뜻.
노회찬 이 사람이 서울시장 하고 대통령까지 하는 거 보고 죽어야 할텐데 어찌 되려나.
맘 굳게 먹고, 어려운 요청들을 외면하며 숨어 살고 있는 게, 영 불편하긴 하다만,
이제 선거가 한달도 남지 않아서, 아무 것도 안하는 나도 좀 이런 저런 정보들에 예민해지긴 한다.
여하간 선거날이 기다려진다. 결과가 궁금해서도 그렇지만, 지방선거 끝나면 진보신당 당명 바꾸는 일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창당 과정에서 당명 논의하고 공모도 하고 했지만 마땅한 게 없어서 '진보신당'을 임시로 채택하고, 지방선거 이후 재논의하기로 돼 있는 것으로 안다.
진보신당. 이건 좀 아니다. 진보신당의 모든 문건과 홍보물, 당원들의 입에서 '진보'란 말을 영구삭제했으면 하는 게 당원도 아닌 나의 생각이다. 진보의 관점과 입장은 확고하게 지키되, '진보'라는 단어 자체를 굳이 여기저기 박아넣지 않았으면 하는 그런 바람이다.
그건 그렇고.
광주-윤난실, 부산-김석준, 서울-노회찬, 경기도-심상정.
좀 알만 한 사람이라면 이게 얼마나 판타스틱한 구도인지 알 거다. 모르긴 몰라도 한나라당 세력 빼고 모든 세력이 이들을 확실하게 밀어준다면 몰라보게 세상 달라질 수 있다.고 난 믿는다. 언젠가는 이들에게 제대로 역할과 자리가 주어질 것이라는 건 의문의 여지가 없다. 물론 나 혼자 생각이다만. 그만큼 가치 있는 인물들이라능. 넷 중 한명도 제도권으로 넣어주지 못하고 있다는 건 한국 정치의 후진성을 입증하는 것이고, 크게 쪽팔리는 일이며, 인민들에겐 큰 손실이다.
2004년 3월인가. 선운사에서 민주노동당 광역의원 수련회 할 때 심상정이 왔었다. 민노당 국회의원 비례대표 후보 선거운동중이었다. 이 때 처음 봤는데, 지금 모습이랑 비교해보면 놀라운 정도로 세련되어졌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