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윤난실, 부산-김석준, 서울-노회찬, 경기도-심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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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윤난실, 부산-김석준, 서울-노회찬, 경기도-심상정



살면서 꼭 한번은 가봐야 하지 않을까 싶은 곳 중에 법정이 있다.(피고인이나 검사, 변호사로 말고 그냥 방청객으로) 그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풍경들을 차분히 보고 있으면 고단한 삶과 그마저도 긍정하고 살아가는 징한 의지력이 느껴져서 마음이 짠해지고, 겸허해지기도 하고. 뭐 복잡한 감정과 생각들을 갖게 된다. 비슷한 이유로 시내버스 첫차도 살면서 꼭 한번은 타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타보면 안다.

노회찬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새벽 4시 시내버스 첫차에 타는 사람들(강북에 살면서 강남 빌딩을 청소해야 하는 여성 노동자들)을 이야기하는 거 꽤 의미 있는 일이다. 노회찬은 지금까지 투명인간이어야 했던 그들을 복원하겠다고 했다. 이게 단순히 그들의 임금을 올리고 고용안정을 보장하는 일을 뜻하는 건 아닐 거다. 물론 그들이 터무니 없는 임금과 형편없는 복지, 불안한 고용으로 고통받고 있는 현실을 뜯어 고치는 건 당연히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투명인간 노동자들을 복원하겠다는 건 그 이상을 의미한다.
노동의 가치를 복원하겠다는 그런 뜻이 아닐까 싶다. 경제학자 고 정운영 선생은 생전에 '대학 교수의 노동과 그 대학 경비원의 노동이 다르지 않음을 입증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고 하는데, 뭐 그런 비슷한 차원으로 이해한다. 서울시장 후보 노회찬은 강남 빌딩을 청소하는 노동자나, 그 빌딩 사무실에서 일하는 노동자나 '다르지 않음'을 복원하겠다는 그런 뜻.
노회찬 이 사람이 서울시장 하고 대통령까지 하는 거 보고 죽어야 할텐데 어찌 되려나.

맘 굳게 먹고, 어려운 요청들을 외면하며 숨어 살고 있는 게, 영 불편하긴 하다만,
이제 선거가 한달도 남지 않아서, 아무 것도 안하는 나도 좀 이런 저런 정보들에 예민해지긴 한다.
여하간 선거날이 기다려진다. 결과가 궁금해서도 그렇지만, 지방선거 끝나면 진보신당 당명 바꾸는 일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창당 과정에서 당명 논의하고 공모도 하고 했지만 마땅한 게 없어서 '진보신당'을 임시로 채택하고, 지방선거 이후 재논의하기로 돼 있는 것으로 안다.
진보신당. 이건 좀 아니다. 진보신당의 모든 문건과 홍보물, 당원들의 입에서 '진보'란 말을 영구삭제했으면 하는 게 당원도 아닌 나의 생각이다. 진보의 관점과 입장은 확고하게 지키되, '진보'라는 단어 자체를 굳이 여기저기 박아넣지 않았으면 하는 그런 바람이다.

그건 그렇고.

광주-윤난실, 부산-김석준, 서울-노회찬, 경기도-심상정.
좀 알만 한 사람이라면 이게 얼마나 판타스틱한 구도인지 알 거다. 모르긴 몰라도 한나라당 세력 빼고 모든 세력이 이들을 확실하게 밀어준다면 몰라보게 세상 달라질 수 있다.고 난 믿는다. 언젠가는 이들에게 제대로 역할과 자리가 주어질 것이라는 건 의문의 여지가 없다. 물론 나 혼자 생각이다만. 그만큼 가치 있는 인물들이라능. 넷 중 한명도 제도권으로 넣어주지 못하고 있다는 건 한국 정치의 후진성을 입증하는 것이고, 크게 쪽팔리는 일이며, 인민들에겐 큰 손실이다.

2004년 3월인가. 선운사에서 민주노동당 광역의원 수련회 할 때 심상정이 왔었다. 민노당 국회의원 비례대표 후보 선거운동중이었다. 이 때 처음 봤는데, 지금 모습이랑 비교해보면 놀라운 정도로 세련되어졌음을 알 수 있다.


2006년 지방선거 때 유세 지원하러 온 노회찬. 당시엔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이었더랬다. 저 뒤에 요란하게 붙어 있는 패러디 포스터 2장을 보니 얼굴이 다 화끈거린다. 포토샵 연습 삼아 쌩 삽질해서 만든건데, 이게 선거사무소 벽을 장식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정말. '지구를 지켜라' 포스터를 선택한 이유는 영화 전반에 흐르는 반골스럽고, 자본주의의 패악질을 뛰어난 상상력으로 비틀어 보여주는 근사한 SF영화이기 때문이.......................... 아니고. '지구를 지켜라'에서 '지'를 '서'로 바꾸기만 해도 삽질을 반감할 수 있다는 처절한 계산 때문이었다능. 글자 하나만 바꾸면 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날아갈 듯 좋았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