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옳으니까 하느냐, 가능하니까 하느냐

옳은 일이니까 한다는 것과 가능한 일이니까 한다는 건 아주 다른 일이다.
옳다는 건 알지만, 불가능하다고 느껴져서(이거 '느낌'인 경우가 많지 않냐?) 하지 않는 사람은 많고,
옳은 일이니까 일단 시작해서 가능성을 높이는 사람은 눈물나게 적다. 이런 숫적 열세 때문에 옳은 일은 대부분 정말로 불가능한 일이 되고 말거나, 특별한 사람들만 할 수 있는 일로 취급당하기도 하고 그런다. 마이너리티의 비애 비슷한 게 된다.
정의와 가능성. 둘 사이에서 이리저리 줄타기 하면서, 그때 그때 입장 바꿔가면서 약간은 비겁하게 사는 게 우리가 살아가는 꼴이다.라는 생각은 든다. 누군가의 비겁함을 탓하려면, 비겁하냐 안하냐가 아니라 얼마나 비겁하냐가 정확한 질문이 되겠다. 이게 나쁘다고 말할 자신은 나에게 없고. 우리가 일상에서 수도 없이 행하는 비겁함을 완전히 배제해버린다면, 그 삶은 또 얼마나 팍팍한 것이겠냐.
근데 옳거나 그르거나, 닥치라 그러고, 되냐 안되냐 가능성만 들이대며 살아도 되는거냐 하면, 글쎄다. 이건 또 괜찮다고 말할 자신도 없다.
어쨌거나, '그래도 이게 옳은 거잖아!'라고 고집 부리는 사람이 좀 많아져야 세상이 조금이라도 덜 나빠지는 것 같기는 하다. 그런데 아이들은 학교에서나 집에서나 TV에서나 자기 꼴통으로 옳으냐 그르냐를 생각해볼 시간이 거의 없으니까, 앞으로도 세상은 놈들이 원하는대로 척척 돌아갈 것이고. 그런 생각을 하게 되면 좀 오싹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