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질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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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질 선거

클릭하면 커진다. 월급쟁이들은 돈 좀 내시라. 10만원 내면 고스란히 연말정산 때 돌려 받는다. 진짜다. 정치자금법이 그렇다. 저 사진 내가 찍은거다. 이렇게라도 선거에 일조를 하는군... ㅋ


1.
언제쯤에나 제대로 된 선거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가득하다. 북풍, 노풍, 역풍. 풍풍풍. 무슨 아라한장풍대작전도 아니고. 저기서도 바람, 여기서도 바람. 바람만 불어대는 저질 선거다.
뭐 모든 바람이 나쁜 것이라고 보진 않는다. 북풍 따위는 고약한 냄새 풍기는 더러운 바람이라는 건 명약관화한 것이고, 노풍은 이해되는 면도 있다. 그래도 바람을 전면에 내세워 선거를 치르겠다는 건 좀 얕은 수이고, 정치발전이나 인민의 이익과는 꽤 거리가 멀다. 바람이 불면 정책과 공약이 설 곳은 사라진다.
더군다나 지방선거가 중앙정치의 대리전이 되어야 하는 건 씁쓸한 일이다. 하긴 선거 역사상 모든 지방선거는 중앙정치의 대리전이었다. 재보궐 선거마저 아무개 정권의 심판, 중간평가 따위 논리로 평정되다시피 했으니. 물론 선거가 중앙정치나 정권 심판과 전혀 무관하게 치러질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다만 지역의 구체적 쟁점에 대한 관심과 논쟁이 설 자리는 좀 남겨놔야 하는 거 아니냐는 거다.

2.
광주만 해도 민주당이 여당이고 일당독재 해왔으니, '민주당 심판'은 이유 있는 선거쟁점이다. 그런데 '심판'이라는 화두만 휑 하니 떨어져 있고, 심판의 내용과 심판 이후의 대안은 실종 상태다.
진보신당 윤난실 광주시장 후보가 공약한 시내버스 완전공영제 같은 건 정말 해볼만 한 거 아니냐. 윤난실 후보에 따르면, 재정이 더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예산절감 효과도 있다더구만. 시장 후보들끼리 이 문제 가지고 갑론을박 해봐야 하는 거 아니냐는 거다. 시내버스 완전공영제를 할건지 말건지부터 해서 한다면 어떤 식으로 할건지 검증하고 시민들에게 각자 입장을 밝힌다면 얼마나 좋겠냐. 광주시장 선거는 요거 하나만 갖고 후보끼리 제대로 붙어봐도 좋은 선거가 될 건데. 쩝. 쓰잘데기 없이 '10만명 일자리 창출' 그딴 거 하지 말고.
또 윤난실 후보의 '조선대 시립대학 전환' 공약도 불 붙여볼만한 공약인데, 전혀 뜨질 못한다. 선거가 꼭 당선자를 가려내는 게 전부는 아니다. 선거의 과정에서 이슈를 만들어내고, 비전을 제시하고, 각자의 정치역량도 키우고, 각 정치세력들을 검증도 하고 이러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데 여기저기 유세차량이 돌아다니고, 쿵짝쿵짝 로고송이 울려퍼지고 거리는 현수막으로 도배되었지만, 이슈는 하나도 없다.
누구 로고송이 더 재미있고, 누구 선거운동원들의 율동이 흥겨운지 보고 투표해야 하는 거냐. 요즘 초등학교 반장선거도 이런 식은 아니다. 이런 식이라면, 이번 광주시장 선거는 박광태가 강운태로 바뀌는 거 말고 뭔 의미가 있을까 싶다. 이럴 바에는 뭣하러 서로 돈 쓰고 시간 쓰면서 쌩고생하냐고. 그냥 강운태는 선관위 가서 당선확인증 받으라고 하지.

3.
노회찬과 심상정을 보노라면 짠 하다. 이말 밖에는 할 게 없다. 노회찬은 굵직한 후보토론회에 나갈 기회 조차 갖지 못하고 있다. 지상욱이라는 자유선진당 후보도 나가는데 노회찬은 안된단다. 종종 기준이라는 건 늘 들이대는 자에겐 편하지만 당하는 자에게는 존나게 짜증나는 거다. 망할 기준 따위 없이 초청받은 토론회는 오세훈이 버티기 때문에 무산되었다. 지가 뭐라고 일대일 토론 아니면 안 나간다고 버틴다. 그만큼 노회찬은 부담스럽고, 한명숙은 만만하다는 거겠다.
심상정은 민주노총 경기본부한테 뒤통수를 맞았나보다. 경기본부가 심상정한테는 말한마디 없이 유시민 하고 정책협약식을 하고 보도자료를 뿌렸다고. 심상정은 금속노조 조합원 신분이고 민주노총이 '민주노총 후보'로 결정하기도 했다. 경기본부는 '심상정과 굳이 정책협약식까지는 안해도 된다고 생각했다'는 식으로 해명했는데. 그럼 미리 말이라도 해주든가. 말도 없이 유시민과 정책협약하고 보도자료 뿌려버리면 민주노총이 유시민 지지하는 모양새 만들어주는 거 아니고 뭐냐. 모르긴 몰라도 정파라는 게 무섭다는 느낌이 팍 든다.

4.
어쨌거나 단순히 선거의 위기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위기다. 명박가카만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게 아니라고. 1인1표가 보장된다고 해서 민주주의가 아니다. 똥인지 된장인지도 모르게 해놓고 또는 똥을 된장으로 속이면서 너의 신성한 1표를 던져라는 건 그냥 다수결이지 민주주의가 아니다. 루소가 그랬다. 인민들은 선거할 때에만 자유롭고 선거 끝나면 다시 노예로 돌아간다고. 루소가 지금 한국의 선거 꼴을 보면 이렇게 말을 바꾸지 않을까. 한국의 인민들은 선거 할 때나 안할 때나 노예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고.
저질선거를 바꾸지 않는 한 우리는 선거할 때조차 노예를 벗어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