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을 울린 씨발놈들
opinion

심상정을 울린 씨발놈들

심상정, 오늘 울었으니까 다시 웃을 날 올 거다. 힘내시라.


어제 오후부터 심상치 않은 소식들이 들리더니, 오늘 일이 나긴 났구나.
심상정 후보가 사퇴하고 거기다가 유시민 지지까지 호소해버렸다. 당원도 아닌 내가 봐도 분통 터지고 서글픈 일인데 진보정당 가시밭길에 몸 바쳐 시간 바쳐 돈 바쳐, 그러니까 인생을 바쳐온 당원들 속은 오죽하겠냐.
지금 쏟아지는 당원들의 격한 반응을 심상정은 온전히 받아야 할 책임이 있다.(누구보다 본인이 잘 알 것이고 그럴 자질도 충분한 사람이다)

솔직히 욕을 안할 수가 없다. 도대체 언제까지 보수정당의 '비판적 지지' 사기극에 한줌도 안되는 진보정당의 씨를 희생해야 한단 말이냐. 씨발놈들. 한두번도 아니고. 선거 때마다 존나 짜증난다. 실력이 안되면 안되는대로 인민의 심판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거 아니냐. 평소엔 반성도 성찰도 정책개발도 안하다가 선거 때만 되면 불안, 위기 부추기면서 진보정당 표 수탈해가는 작자들. 매번 '이번이 마지막이다' '다음엔 꼭 찍어준다' 말만 번지르르... 니들에게 '마지막'은 없다. 선거 이길 실력이 없으면 실력 키워서 이겨라. 표 빼앗아 가려면 좀 한나라당 쪽 가서 해라.

나는 '오늘의 양보를 잊지 않겠다'는 니네들 말을 찰떡같이 믿는다. 니네는 2년 후에 '오늘의 양보'를 귀신같이 기억해낼 것이다. 그리고 또다시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라며 사퇴를 종용하겠지. 2년 전에도 했는데 왜 이번엔 못하냐고 쌩지랄들을 하시겠지.

후보단일화 안할 땐 역적 취급하며 잡아 먹으려고 하더만, 사퇴하니까 '고귀한 희생'이니 '구국의 결단'이니 하며 찬송을 부르더라. 그게 자칭 '민주개혁세력'이 할 짓이냐? 명백한 합법 정당의 선거운동을 모욕하고 정당한피선거권 행사를 비난하는 게 노무현 정신이냐? 이명박이 싫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민주개혁세력'이 되는 더러운 세상이다. '내 생각이 다 옳은데 너는 왜 안 따라오냐'고 하는 건 니네가 미치게 싫어하는 이명박이 잘 하는 짓 아니냐? 니네도 싸우면서 닮아가는 거냐?

심상정 후보가 사퇴하니까, 노회찬 목까지 내놔라고 하는 놈들도 있더라. 그게 사람이 할 소리냐? 풍찬노숙하는 사람의 옷을 빼앗아 가더니, 빤스까지 내놓으라는 거냐? 니네가 조금이라도 양심이 있고 합리적 판단이 가능하다면, 서울시장 후보는 한명숙이 사퇴하고 노회찬으로 단일화하자고 주장해야 한다. 한명숙이 지리멸렬하게 질 거라는 거 니네도 알잖냐. 물론 노회찬이 이기리란 보장도 없다. 그래도 노회찬을 내세워야 오세훈을 깔 수 있지 않겠냐. 노회찬이 끼는 토론회는 모조리 보이콧 하고 있는 걸 보면 오세훈이 누굴 더 꺼려 하는지 알 수 있을 거다.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 말 쉽게 들이대지 마라. 니네한테는 진보신당이 분열을 일으키는 걸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진보신당은 애초부터 니네랑 같은 편이 아니라니깐. 같은 편이 아닌데 무슨 분열이란 말이 성립하냐고.

심상정의 사퇴로 유시민의 당선가능성이 높아질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김문수를 이기고 경기도지사에 당선될지도 모른다. 유시민이 경기도지사가 되면 4대강 저지를 위해 무엇을 하는지 보겠다. 딱 이거 하나만 보겠다. 다른 건 뭘 하든 전혀 기대가 안되니깐. '도지사 권한의 한계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빨로 어물쩍 넘어가지 않을지 의심스럽다만. 그나저나 유빠들은 유시민의 말 바꾸기 전력을 모르는 건가, 아니면 알고도 그렇게 추종하는 건가? 유시민이 한나라당 소속으로 그런 말을 했다면, 전여옥과 비등할 정도로 까였을 것 같은데. 정말 내 머리로는 이해불가다. 하긴 내가 유시민을 불신하는 이유는 유시민 개인 때문이라기 보다는 그 지지자들 때문이긴 하다.

에휴. 선거 이후가 더 걱정스럽다. 심상정은 일단 평당원으로 돌아가서 당의 평가를 받긴 하겠다만. 심상정이나 진보신당이나 서로를 내치진 않았으면 좋겠다.

진보정당을 짓밟고 표를 가져가면 자칭 '민주개혁세력'의 당선가능성은 높아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세상의 변화와는 무관한 일이다.
세상은 진보정당의 득표만큼, 딱 그 만큼 변화한다.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민주노동당은 확실하게 노선을 드러낸 것 같다. 진보정당의 길은 진보신당에게 맡기고, 보수정당의 품에서 던져주는 자리나 보전하면서 폼 잡고 지내기로 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