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진보를 밟는 사람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고는 '나를 밟고 진보로 가라'였는데, 사람들은 진보를 밟고 노무현 시대로 돌아가려 한다"

한국사회당 전 대표 금민씨가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그런 당도 있느냐 할 사람이 많겠다만. 진보신당보다 더 왼쪽에 있는 정당이다. 1998년 청년진보당에서부터 출발했으니 민주노동당보다 더 오래된 정당이기도 하다. 물론 이번 지방선거 때 유효득표 2%를 넘지 못해 선거법상 등록이 취소되긴 했으나, 한국에서 가장 왼쪽에 있는 정당이다.
그건 그렇고.
지방선거를 앞뒤로 해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을 가장 선명하고 간결하게 드러내는 명문이다. 어떤 사람들에게 노무현 시대는 마음껏 대통령 욕할 수 있는 아름다운 민주주의의 시절로 기억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노무현 시대는 거리에서 농민들이 경찰에 맞아 죽고, 노동자들이 여기저기서 분신자살로 호소해야만 했던 시절로 기억된다. 여전히 노동자들의 파업은 '불법'과 '폭력시위'로 매도되었고, 비정규직 노동자는 거침없이 확산되었던 시절이었다.
누군가에게 명박의 시대는 도저히 참아줄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으나, 다른 누군가에게 노무현 시대나 명박의 시대나 먹고 살기 힘든 것은 오십보 백보다. 누군가는 마음껏 대통령 욕할 수 있는 자유가 그리울지 모르겠으나, 다른 누군가의 생존에는 사회경제적 민주주의가 절실하다.
진보를 밟을수록 노무현 시대에 더 가까워질 지도 모른다. 그럼으로써 우리가 얻는 건 어떤 새로운 세상도 아니고, '사람 사는 세상'은 더더욱 아닐 것이다. 그저 체포 걱정 없이 대통령 욕할 수 있는 세상이 될 뿐이다. 더 무서운 건 진보의 씨앗마저 사라진 세상에서는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이라도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