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걸이로 만든 넷북 받침대
diary

옷걸이로 만든 넷북 받침대

팬리스 넷북 최대의 적은 역시 발열이다. 내가 쓰고 있는 넷북은 팬리스에다가 SSD를 장착해 완전무소음을 실현한 DELL mini 9. 딱 필요한 것만 딱 알맞은 성능으로 구현해내는 나의 귀염둥이. 웹서핑을 할 땐 발열을 별로 못 느끼는데, 동영상을 좀 돌리면 제법 따뜻해진다. 발열 때문에 퍼포먼스가 느려진다거 하는 일은 없지만, 이쁜 놈이라 오래오래 고장없이 쓰고 싶다. 팬을 돌리는 건 완전무소음을 무색케 하므로 고려 대상이 될 수 없고. 공중부양 시켜주기로 했다. 동영상 볼 때 간혹 넷북 바닥과 책상 사이에 볼펜 따위를 끼워넣어서 미약하나마 발열에 도움을 주기도 했는데, 이번에 확실하고 폼 나게 공중부양 시켜주기로 맘 먹었다.

준비물은 세탁소 옷걸이 1개와 펜치(라 쓰고 뻰찌라 읽는다) 1개.
모양을 어떻게 할까나 하고 이리 궁리 저리 궁리 하다가 혹시나 하고 검색했더니.
놀라운 동영상을 발견.



역시 선구자가 있었다. 이 분은 독서대를 만들었지만, 노트북 받침대로도 유용하겠다.
동영상을 두어번 반복해서 보고 바로 실전으로 돌입. 문제는 받침 부분의 경사도가 너무 높으면 넷북을 올려놓고 쓰기에 불편하다는 점. 되도록 경사를 낮추는 게 관건. 이리 구부리고 저리 구부리고 다시 폈다가 구부리고 해서 뚝딱 완성. ㅎㅎ 재밌다.

의도한 건 아닌데, 대충 구부려서 넷북 올려놔보니 양쪽 귀퉁이가 딱 들어맞을 뿐만 아니라 확실하게 고정까지 된다. 마치 고도로 정밀하게 설계한 것처럼. 이거 천재 아냐. ㅋ


경사를 낮추기 위해 옷걸이의 고리 부분을 확 꺾어버렸다.


보기엔 앙상하고 없어 보이지만, 내손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소중하다.


노트북 쓰시는 분들 한번 만들어 보시길.


세탁소 옷걸이는 참 유용하다. 이젠 옷걸이만 보면 뭔가 막 만들고 싶다.

세탁소 옷걸이에 대한 추억은....... 막힌 변기 뜷으려고 옷걸이로 막 쑤셔대던.... 그런 더러운 추억도 있긴 하다. 서울에서 살 때 선배랑 술 쳐먹고 선배네 자취집에서 자다가 새벽에 신호가 와서 시원하게 배설하고 물을 내렸는데..... 내려가나 싶더니 갑자기 역류하면서 변기가 便水로 가득 차오르는 거다. 씨바 좆 됐다.
물을 한번 더 내렸다가는 변기 위로 흘러넘치는 새벽의 대참사가 벌어질 판이었다. 어쨌든 잠 자는 선배 몰래 해결해야겠다는 일념으로, 세탁소 옷걸이를 잡았다. 내 몸에서 나온 거지만 더러운 건 더러운 거라 손에 묻을까봐 옷걸이를 최대한 길게 펴서 요리조리 쑤셔댔다.........만 실패.
선배 자고 있을 때 튈까 하는 마음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고. 다만 선배의 주먹과 발길질이 무서웠을 뿐이고. 굉징히 죄송스런 표정을 하고 선배를 깨울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교대로 열심히 쑤셔댔지만 便水는 내려갈줄 모르고. 아침이 밝아오자 우리는 쓰리빠를 끌며 '뚫어뻥'을 사러가야 했다. 변기에 뚫어뻥을 붓고 10여분 후에 다시 옷걸이로 팍팍 쑤신 다음 떨리는 마음으로 물을 내렸다. 혹시나 便水가 넘칠까봐 물을 내리자마자 화장실 밖으로 튀어나왔다. 결과는 대성공. '뚫어뻥' 이름값 제대로다. 수레바퀴보다 더 훌륭한 인류의 발명품이 아닌가 극찬을 할 만큼.
그리고 우리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해장국을 먹으러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