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토박이

이재오의 귀환. 2012년 대선 때 박근혜와 한판 붙을지도 모르는 격전의 서막이 오른건가.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한나라당은 누굴 선택할까. 이재오의 승리에 5백원 건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런 것이고.

이재오 당선에 다양한 요인들이 있겠지만, '은평 40년 토박이', 요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장상이나 천호선이나 이상규나 그냥 날아든 사람들 아니냐. 금민도 마찬가지고. 은평 주민들에게는 MB심판이고 정책이고 뭐고 간에 '넌 뭐냐' 싶은 그런 느낌이 가장 먼저였지 않을까.
진보정당이 동네에 뿌리를 내리고 민심을 얻는 인물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건 좀 심각한 문제다. 진보, 좌파 이런 사람들이야말로 중앙보다는 지역, 집중보다는 자치 같은 걸 더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인데. 그런 게 더 민주주의에 가까우니까.
진보정당이 일단 공중전을 해서 이름 알리고, 목소리라도 내는 일에 한줌의 힘이라도 써야 하는 가난한 처지이긴 하다. 그래서 지방선거든 총선이든 재보궐선거든 선거라는 선거는 일단 들이대고 봐야 하는 안타까운 현실.
안타까운 건 안타까운 거다만, 동네 주민들이 보기엔 그리 아름다운 풍경은 아니지 않을까. 지난 선거에는 저기에 나왔다가 이번 선거에는 여기에 나오고, 시장 하겠다고 나왔다가 국회의원 하겠다고 나오고. 그닥 믿음을 주진 않을 것 같다.
이번에 광주 남구에서 민노당 오병윤이 아깝게 낙선한 것도 그런 이유가 있을 거다. 오병윤이 남구에? 민주당 견제, 광주 최초의 민노당 국회의원 이런 명분보다는 좀 생뚱맞다는 느낌이니까. 야당 단일후보에다가 시민사회단체, 강기갑과 이정희 등 중앙당의 전폭적 지원, 민주당 장병완 후보도 비교적 약한 상대였음에도 불구하고 당선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오병윤이 갑자기 남구로 날아든 사람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지금 와서 하는 말이다만, 진보신당의 대표 선수들 노회찬, 심상정, 윤난실 같은 인물들이 지역 하나 잡아서 그곳에 꽂히는 게 개인의 정치 자산이나 진보신당의 발전에 더 좋은 일이지 않냐는 생각을 해왔다. 노회찬은 노원구, 심상정은 은평구, 윤난실은 광주 서구에서 구청장이나 지역구 시의원을 하면서 주민들에게 마음을 얻는 뭐 그런 식으로. 총선에 출마하더라도 자기 지역에서. 다른 지역에서 하나 둘씩 그런 '토박이' 정치인을 키우고. 이런 식으로 진보신당의 성장 전략을 짜는 게 생활진보를 내세운 진보정당다운 모습이 아닌가 싶다. 물론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현실도 외면하지 못하겠지만. 진보신당에서는 부산의 김석준이 그나마 지역에 뿌리 내리는 일을 해온 것 같다.

경남에서 이장으로 시작해서 행자부장관, 경남도지사까지 하는 김두관이나, 광주 서구의원이 된 이병완에게서 배울 점이 있다. 아무리 정책이 근사하더라도, 선거 때 뜬금없이 날아들면 일단 동네 주민들이 '넌 뭐냐'는 느낌부터 갖게 되고 표를 얻기는 힘들지 않을까 싶다. '그 사람 동네에서 열심이더라' 이런 말을 들어야 그 때부터 진짜 해볼만 한 선거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