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혹 떼려다 혹 붙이는 가카의 사람들

명박의 사람들은 피디수첩을 한번 꺾어주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그들의 더러운 짓 덕분에 피디수첩은 날개를 달게 된 형국이다. 못보게 했으니 봐야겠다는 사람들은 많아질 것이고. 그냥 방송하게 뒀으면 한동안 논란이 되다 말거나, 기껏해야 몇몇 하수인들 내세워 도마뱀 꼬리 자르면 그만이었을 일을 대놓고 키운 꼴이다.
정상적인 나라라면 제 할 일 성실히 하는 언론인들이었을 피디수첩을 정의로운 저널리스트로 만들어준 건 명박의 사람들이다. 피디수첩이 평범한 프로그램이라는 말은 아니고. 권력에 대한 감시견은 고전적이면서도 가장 기본적인 언론의 임무라는 뜻.
이게 방송 못하게 한다고 감춰질 수 있다고 생각하다니. 학살자가 대통령 하던 시절, 80년 5월 광주를 담은 비디오테잎이 몰래몰래 전국을 돌았다.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하고 제한적인 미디어를 가졌지만, 살벌한 그 시절에도 진실은 끝내 퍼져나갔다. 하물며 핸드폰과 인터넷 때문에 군사쿠데타가 불가능하다는 시대에 방송금지 시킨다고 감춰질 일이냐.
이제 '비밀팀'이 있냐 없냐 하는 문제에다가, 노태우 때에 이어 두번째 방송금지라는 경악할 사태까지 명박의 사람들 앞에 놓여 있다. 게다가 '4대강 사업'이 명박 정권의 아킬레스 건임을 자백한 꼴이니, 이건 뭐 멍청한 건지, 미련한 건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명박의 사람들이 계속 삽질을 할수록 이득을 얻는 건 민주당이나 참여당 류의 세력들이다. 도저히 참아줄 수 없는 명박을 대체할 만한 가장 현실성 있는 정치세력으로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이 대안이라거나 훌륭한 정치세력이기 때문이 아니라는 걸 많은 사람들이 알지만. 명박의 사람들이 막 갈수록 '어쩔 수 없다'는 의식은 더 확산되고 깊어진다. 지난 지방선거 때 야권단일화 '바람'이 분명하게 보여주었듯이. 그 와중에 진보정당이 설 곳은 겨우 마련해온 한줌의 터 마저 위태로워진다.

김규항의 좋은 글이 있다.

이 정권만 아니어도

조현오에 이어 오늘 또 김재철. 이 정권의 가장 큰 해악은 좌파적 경향을 가진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이 정권만 아니어도’라는 생각을 심어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얼토당토 않게도 자유주의 정당은 이 정권의 최대 수혜자가 된다. 이를테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자유주의 정당이 승리한 건 알다시피 그들이 뭘 잘해서가 아니라(그들은 아무것도 한 게 없다) 전적으로 이 정권 덕이었다. 좌파가 이 정권에 분노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지성을 가진 좌파라면 그런 당연한 분노와 반감이 ‘이 정권만 아니어도’로 귀결되지 않도록 내적 사투를 벌여야 한다. 트윗 타임라인을 보며 든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