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운동가

아직은 이른 말인지 모르겠지만. 시원해지긴 했다. 한낮에는 여전히 염천(炎天)이긴 하다만, 아침과 밤의 공기는 사뭇 시원하다 할만 하다. 한여름의 그것에 비하면. 아무렴.
모두에게 힘든 여름이긴 했다. 폭염은 해도 해도 너무하다 싶었고. 하늘이시여, 밖에서 노동하는 사람들은 어쩌라고! 우리 엄마조차 '기후변화'를 거론하며 '오메 오메 뭔 놈의 날씨가 이런다냐' 했으니까 뭐. 엄마한테 '기후변화'란 말을 들을 줄이야. 상상도 못했다. ㅋ
우리 세대는 그렇다 치고, 미래세대를 위해서라도 자동차와 에어컨 사용을 좀 줄이는 최소한의 행동을 해야 할텐데. 해를 거듭할수록 집집마다 에어컨 없인 살 수가 없는 여름이 될 것이고. 자동차는 여전히 늘어날 것이고. 에어컨은커녕 최소한의 주거복지도 제공받지 못하는 서울의 쪽방 거주자들은 '살인적인 더위'라는 비유법을 현실로 보여주는 아주 끔찍한 사태의 최초 희생자들이 될지도 모르고. 암울한 미래는 어렵지 않게 예상된다.
이것도 변증법이라고. 그러다 임계치에 다다르면, 뭔가 행동할 수밖에 없게 되는 시점은 올 것이다. 그 시점이 빠를수록 치뤄야 할 대가를 좀 덜 것이고. 늦어진다면.... 가장 약자들부터 고통받게 되고 모두가 치뤄야 할 대가는 훨씬 커질 것이고.
여하간 그 시점을 조금이라도 앞당기고자 사서 고생하는(그러나 즐거운!) 삶을 사는 사람들이 바로 우리가 운동가, 활동가라 부르는 이들이다. 그래서 그들을 존경하면서 좀 미안하기도 한 마음을 갖게 된다.

[투덜투덜]
볼펜잉크가 다 떨어져서 볼펜심을 사러 갔다. 멀쩡한 몸통을 버리고 새 볼펜을 살 이유도 없고. 괜히 플라스틱 쓰레기 하나 보태고, 플라스틱 하나 더 소비하는 일도 좋은 일은 못되고 해서. 그런데 무지하게 비싸다. 볼펜심 하나에 무슨 8백원씩이나. 누가 쓰라고 준 건데, 메이드 인 재팬이라 그런지 심하게 비싸다. 검정, 빨강, 샤프 요렇게 세개가 몸통 하나에 다 들어 있는 거라 요놈 하나로 만사 오케이. 검정심 2개, 빨강심 1개 샀더니 2천4백원. 젠장 볼펜 하나값보다 더 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