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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수능강사 어록(?)

EBS 수능강의를 듣다보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라고 할 어록(?)들이 있어 몇가지 정리해둔다. 얼마전에 '군대비하' 발언으로 EBS 강사 쫑 나고, 네티즌한테 흠씬 두들겨 맞은 여교사가 있었다. 나로서는 도대체 그렇게 커다란 문제였는지 알 수 없지만 뭐 그런 일이 있었다. 내 생각엔 오히려 아래 발언들이 더 문제가 아닌가 한다. 강의를 재미있고 이해하기 쉽게 하는 것은 좋은 일이고, 교수능력이기도 하다. 하지만 교육적인 의미가 있을 때 그렇다. 교사는 교육자이지, 개그맨은 아니잖아.

1. 한정치산자와 금치산자의 개념을 설명하면서 수차례 '맛이 갔어', '맛이 간 사람'이라고 함.
두말 할 것 없이, 지적 장애가 있는 사람을 비하하는 발언. 개념을 쉽게 설명하려는 의도이겠으나, 학생들에게 부정적인 편견과 장애인 비하를 조장할 수 있으므로 상당히 개념없는 설명이다. 교사 자신부터 인권 개념을 탑재할 필요가 있다. 강의 듣는 학생의 가족 중 한정치산자나 금치산자가 있으면, 얼마나 상처가 되겠나.

2. 미성년자가 단독으로 할 수 있는 법률행위 중 '허락된 영업행위'를 설명하면서, '제자 중에 부모가 커피숍 차려준 학생이 있는데 왕 부러웠어'라고 함.
이런 발언은 친구들이나 동료교사들끼리나 할 일이지. 부자 부모 둔 게 부럽다는 건 교사가 학생한테 할말은 아니다. 가난한 부모를 둔 학생은 어쩌라고! 농담이라도 그런 말은 하는 게 아니다. 게다가 다양한 진로와 꿈을 고민할 시기에 있는 학생들이 커피숍 사장을 부러워 하는 교사를 보고 뭔 생각을 할까.

3. 협의이혼에서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관공서에 신고해야 이혼이 성립한다고 설명하면서, '신고 안하면 이혼성립 안하니까 남편이 말 안들으면 이혼할거야 하고 가정법원까지만 가 ㅎㅎ'
이혼 협박으로 남편을 길들이라는 거야 뭐야. 이건 개념이 없다기보다는 속이 없다고 해야 하나. 교사가 드라마를 너무 많이 본 거 아니냐 하는 생각이 든다.

4. 주민등록증은 만 18세 이상 발급된다고 하면서, '18세? 발음이 아주 아름답네'라는 죠크(?)를 던짐.
'씹할'이라는 욕을 연상케 하는 죠크이긴 한데. 좀 당황스럽다. 학생들에게 욕설과 관련된 농담을 해서 그런 건 아니고. 상당히 큰맘 먹고 던진 죠크일텐데 너무 재미가 없어서 당황했다.

5. 재판상 이혼사유 중 배우자의 부정행위 설명하면서, '아빠가 힘이 넘쳐가지고 밖에 나가서 강간했다. 이런 경우도 부정행위에 해당한다'고 함.
뭐냐 이건. 남자가 힘이 넘치면 강간하고 다닌다는 말이냐? 애들한테 법 가르치기 전에 성폭력예방교육이나 양성평등교육부터 받으셔야겠다. <법과 사회>를 가르치는 교사조차 강간을 저 따위로 인식하고 있으니 이 놈의 나라가 '강간공화국'이 되는 거 아니냐.

6. 양자제도는 친생부모와 신분관계를 그대로 유지하고(상속 가능), 친양자제도는 친생부모와 모든 신분관계가 소멸된다(상속 불가능)는 설명을 하면서, '양부모와 친부모가 모두 재벌이면 친양자제도로 가겠습니까? (양부모와 친부모의 사망시 상속하는 재산이) 오는 게 몇십억인데. 약 먹었습니까? 그냥 양자로 남아있지. 나 같으면'이라고 함.
물론 교사도 돈 좋아할 수 있다. 부모의 재산이 많다면 부모자식 관계를 유지하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건 니 자유이니까. 교사도 자기 가치관과 인격대로 살 권리는 있으니까. 교사가 속물로 사는 거 비난할 생각 없다. 하지만 학생들 앞에서 당연하다는 듯 니 가치관을 발표하는 건 삼가주시라. 진짜 약 먹었습니까?

7. 친족 간에는 범인은닉죄의 형벌이 감면된다고 설명하면서, '아버지가 범죄인이다. 자기 아버지 신고해야겠습니까? 우리나라가 빨갱이 나라도 아니고'라고 함.
아놔. 아직도 70년대인 거냐?